이성혁 외 『시, 현대사를 관통하다』(문화다북스, 2018)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18-04-10 11:58본문
이 책은 시를 통해 19세기말 이후 2018년까지 한국의 근현대사를 성찰하도록 기획된 교양서이다. 문학평론가, 대학 교강사인 저자들은 1876년 개항, 1910년 한일합병, 1919년 3·1운동, 1945년 해방, 1948년 4·3항쟁, 1950년 한국전쟁, 1960년 4·19혁명, 1972년 유신헌법,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10민주항쟁, 1997년 IMF 금융 위기, 2016년 촛불혁명 등의 역사적 사건을 시와 연계시켜 서술한다. 김소월, 이상화, 임화, 백석, 이육사, 윤동주, 박두진, 모윤숙, 박봉우, 김수영, 신동엽, 김지하, 이성부, 김준태, 이성복, 황지우, 김남주, 유하, 백무산, 송경동 등 당대 시인들은 격동의 근현대사에서 시를 통해 시대를 증언했다. 시를 통해 생생한 숨결로 복원된 역사적 사건들은 문학과 역사의 뜨거운 만남을 보여준다. 역사는 객관적 사실의 기록이라면, 문학은 개인적·집단적 허구의 진실이나 역사의 공백 부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역사는 문학을 통해 생생하게 복원되고, 문학은 역사를 통해 자신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전달한다. 이 책은 상호보완적인 문학과 역사를 통해 일반 독자들에게 격동의 근현대사를 여행하도록 유도한다. 한국 근현대사를 개괄한 책은 많이 있지만, 그러한 개괄과 함께 그 시대 개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기 시대를 바라보았는지 문학적으로 제시한 책은 많지 않다. 한국 근현대사를 교과서적으로 정리한 책에서 역사는 체험의 대상이 아니라 지식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러한 개괄서는 당대 살아가던 사람들의 땀과 눈물, 시대 인식과 마음에 대해 온전하게 알려주기 힘들다. 이 책은 당대를 관통하는 시를 통해 역사 개괄서의 비어 있는 부분을 보완한다. 이 책은 서정시, 친일시, 친체제 시, 저항시, 문명 비판시 등 다양한 시들을 언급하면서 격동의 근현대사를 이야기한다. 이 책에 소개된 시들은 그 시대를 살아온 빛과 어둠의 흔적들이다. 또한 이 책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말해주는 자료들을 함께 게재하여 문학과 역사를 함께 성찰할 수 있도록 했다. ![]() 시는 역사를 반영하는 동시에 역사에 응전하는 개인의 내면을 전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시는 당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인식했으며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시와 함께 한국 근현대사를 읽는다면, 독자는 그 시대를 간접 체험하며 실감할 수 있다. 한국 근현대사는 오욕과 시련으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한국 근현대사는 외세로 인한 자생적 근대성 형성의 좌절로부터 시작되었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동학혁명이 진압되고, 위로부터 시도된 근대화 개혁이 실패했다. 결국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여 강압적인 식민지 근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위해 시행된 한국의 근대화는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한국인의 노예화를 가져왔다. 나아가 한국의 독립 역시 자생적이 아니라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에 의해 이루어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피해국인 한국을 분단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왔다. 전범국인 일본이 아니라 피해국인 한국에 전쟁의 책임이 전가되는 형국이 되었던 것이다. 분단은 일종의 대리전인 한국전쟁을 가져왔고, 이 참혹한 전쟁으로 인해서 한국은 여전히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쟁 이후 남북한의 민주주의 역시 파괴되었으며 여러 형태의 독재체제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1919년 3월 1일,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전 한국인의 만세 운동에서부터 시작된 저항의 전통은, 해방 이후 1960년 4·19 혁명, 1980년 5월 광주의 저항, 1987년 6월 항쟁을 거쳐 2016년-2017년의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촛불혁명의 진행 과정 위에 서 있다. 한국의 시는 시련과 투쟁의 근현대사를 반영하고 당대 역사에 응전하는 개인들의 인식과 내면을 감동적으로 드러내왔다. 이 책은 그러한 한국시와 함께 한국 근현대사를 살펴봄으로써, 독자가 그 시대를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적 사건뿐만 아니라 역사에 응전해왔던 사람들의 살아 있는 삶의 현장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기억과 지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넘어서 지금 우리의 삶으로서 추체험할 때, 그렇게 얻은 역사의 실감은 미래의 구성에 바탕이 되어줄 것이며, 그리하여 미래는 우리를 위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우리의 미래를 여는 역사의 체험에 하나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 시대를 앓으며 필사적으로 그것에 응전하려고 한 그들의 마음과 교감하기 위해 우리는 문학을, 특히 시를 읽을 필요가 있다. ― 김지윤 ― 공강일 책머리에 시와 역사 (김지윤) ☞ 역사의 현장 기록들 |
출처: 2018-04-10 11:58 | munhwada | 이성혁 외 『시, 현대사를 관통하다』(문화다북스, 201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