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직원에게 부족했던 건 능력표가 아니라 권한표였다|맡기기 전에 정한 3단계
지난번에 “무작정 통째로 맡기는 건 그만두고, 먼저 나만의 규칙을 만든다”고 썼습니다. 그 주말,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실제로 써 내려가 봤습니다. 완성의 정의. 공정별 출력 형식. 해서는 안 되는 일 리스트. 세 번째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쓰려다가 깨달은 겁니다. 저는 AI 직원에게 **역할**은 주고 있었습니다. 기획 담당, 편집 담당, 라이터, SNS 담당. 하지만 **어디까지 스스로 결정해도 되는지**는 한 번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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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은 줄었다. “확인”이 늘었다
먼저 결론부터 쓰겠습니다. AI를 쓸수록 사람의 일은 줄어든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직접 글을 쓰는 시간은 꽤 줄었습니다. 하지만 줄어든 건 작업 쪽뿐이었고, 대신 늘어난 게 있습니다. 확인하는 일입니다. 이전의 AI 직원은 꽤나 지시待ち 상태였습니다. “구성을 만들어줘” → 확인한다. “본문을 써줘” → 확인한다. “제목 5안” → 확인한다. 번거롭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한 가지 큰 장점이 있었습니다. **공정마다 사람이 거치고 있었다.** 구성이 어긋나 있으면 본문을 쓰기 전에 고칠 수 있습니다. 숫자가 이상하면 SNS 게시물로 확산되기 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을 통째로 넘기면 이렇게 됩니다. 구성의 실수 → 본문에 반영 → 제목에 반영 → SNS 게시물에 반영. 처음의 작은 어긋남이 마지막에는 전부 실려 있습니다. 공정이 길어질수록 실수는 중간에 멈추지 않고 증폭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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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에서는 능력보다 먼저 ‘선’을 정한다
이건 일에서는 당연하게 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저는 물류 부문에서 사람에게 작업을 맡기는 입장에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일을 넘길 때 처음 생각하는 건 “이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어디까지 스스로 판단해도 되는가**입니다. 검품으로 치면, 이 정도 오염이면 통과시켜도 된다. 여기부터는 상사 판단. 망설여지면 멈추고 부른다. 이 선을 먼저 긋지 않으면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위험합니다. 스스로 판단해서 계속 밀고 나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선이 없는 채로 사고가 나면 대개 “왜 멋대로 했느냐”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멋대로 해도 되는지를 아무도 정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AI 직원도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저는 “ChatGPT는 기획이 특기”, “Claude는 문장이 특기”라는 **능력표**는 만들고 있었습니다. 만들지 않았던 건 **권한표** 쪽입니다. 회사로 치면 “이 사람은 Excel을 잘한다”가 아니라 “이 금액까지는 스스로 결재할 수 있다”, “이 처리는 상사 승인이 필요하다”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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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쓰면, 아직 큰 실패는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는 솔직히 써 두겠습니다. 저는 아직 AI의 실수가 끝까지 통과돼서 대형 사고가 났다는 경험은 하지 않았습니다. 공정마다 멈춰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사고의 반성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의 예방 이야기입니다. 현장도 똑같아서 **사고가 나고 나서 절차를 만드는 직장은 대체로 늦습니다**. 큰 사고 앞에는 반드시 아찔했던 장면이 몇 번이고 있습니다. 거기서 선을 그을 수 있느냐에 따라 그 뒤가 달라집니다. 제 AI 부업도 지금이 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맡기는 범위를 넓히려는 바로 지금.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지금 선을 그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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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정한 3단계
그래서 AI의 일을 3단계로 나눴습니다. 판단 기준은 하나뿐입니다. **틀렸을 때 어디까지 되돌릴 수 있는가.**
### 레벨1|AI만으로 완결해도 된다
틀려도 그대로 밖에 나가지 않는 일입니다.
- 기사 제목안 10개를 내기
- 구성안 여러 개 만들기
- SNS 게시물 초안 만들기
- 브레인스토밍하기
- 과거 글에서 공통점 찾기
재료를 내는 일입니다. 쓸지 말지는 제가 정하므로 실수는 그 자리에서 사라집니다. 여기는 계속 맡깁니다. 확인을 끼우는 쪽이 낭비입니다.
### 레벨2|AI가 만든다. 공개 전에 사람이 거친다
틀리면 곤란하지만 마지막에 확인하면 쓸 수 있는 일.
- note 본문
- 상품 소개문
- 숫자를 포함한 문장
- 뉴스를 바탕으로 한 기사
- X나 Threads 게시물
아마 여기가 가장 많아질 겁니다. 그리고 확인하는 건 문장의 좋고 나쁨이 아닙니다. 보는 건 이 4가지입니다.
1. 숫자는 맞는가. 출처는 확인할 수 있는가
2.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한 것처럼 쓰지 않았는가
3. 기업명·상품명·가격은 정확한가
4. 뉴스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지 않았는가
문장 표현의 판단은 AI에게 넘기지 않습니다. 전에 교정 담당을 그만뒀을 때와 같은 이유입니다. 좋고 나쁨의 선을 그을 수 없는 일을 넘기면 확인이 이중이 될 뿐이었습니다.
### 레벨3|AI는 제안까지. 실행은 사람
지금의 제가 절대로 자동으로 돌리지 않는 부분입니다.
- 상품을 구매한다
- 돈을 움직인다
- SNS에 자동 게시한다
- 메일을 보낸다
- 공개 버튼을 누른다
공통점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게시물은 지울 수 있어도 본 사람의 기억에서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구매는 반품할 수 있어도 시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AI에게는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까지 내게 합니다. 마지막 버튼은 제가 누릅니다. **AI가 할 수 있는지와 AI에게 시켜야 하는지는 별개입니다.** 여기를 같이 하면 위험합니다. 최근에야 겨우 그 차이를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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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일이 ‘만들기’에서 ‘정하기’로 옮겨갔다
3단계를 써 내려가 보고 분명해진 게 있습니다. AI 때문에 사람의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맡는 일의 종류가 바뀌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전의 저는 글을 쓰고, 제목을 생각하고, 게시글을 만드는. 만드는 일이 중심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구성으로 괜찮은가. 이 숫자는 맞는가. 이건 공개해도 되는가. 여기까지 맡겨도 되는가. 정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쓰는 시간은 줄었습니다. 하지만 판단하는 횟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그래서 “AI를 쓰면 시간이 전부 빈다”는 이야기에는 약간 위화감이 있습니다. 편해지긴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불필요해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맡길수록 책임자의 일만 남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현장과 똑같았습니다. 부문장이 되고 나서 가장 늘어난 건 작업이 아니라 판단입니다. 직접 움직이는 시간은 줄었는데 정하는 횟수는 몇 배가 됐습니다. AI 직원을 늘린다는 건 아마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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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직원 다음에 필요했던 건 유능한 상사였다
저는 계속 AI를 유능한 직원으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역할을 준다. 배경 정보를 건넨다. 프로젝트를 맡긴다. 매니저까지 만든다. 부족했던 건 상사였습니다. 단, 전부 세세하게 체크하는 상사가 아닙니다. 규칙을 정한다. 맡긴다. 예외만 확인한다. 위험한 곳에서 멈춘다. 그리고 마지막에 책임진다. 그런 상사입니다. AI 부업이라고 하면 완전 자동화, 자동 게시, AI만으로 운영이라는 말이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저도 그런 구조에는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 잘 쓰고 있는 사람은 전부 자동화한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맡겨도 되는 곳과 맡기면 안 되는 곳을 정할 수 있는 사람. AI가 틀리는 걸 전제로 실패해도 대형 사고가 나지 않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사람. 아마 이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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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할 일
3단계는 정했습니다. 다음은 이걸 실제로 운용해 봅니다. 특히 알고 싶은 건 레벨2입니다. 여기가 가장 많아질はず이니 공개 전 확인에 몇 분이 걸리는지 잽니다. 작업 시간이 줄어도 확인 시간이 그 이상으로 늘어나면 저는 편해지지 않습니다. **정말 부업이 편해지는가. 아니면 확인 작업이 늘었을 뿐인가.** 지난번에는 “먼저 규칙을 만든다”고 쓰고 실제로 이 3단계를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그걸 써서 한 편을 통째로 해봅니다. 결과는 시간 숫자와 함께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1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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