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이국기 『유명의 기슭』의 스포일러가 가득 담긴 독서 감상문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 ……↓
『전성남』
풍도 일행의 죽음은 정말 슬펐다. 그들을 밀고한 언위에게는 분노도 느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떠나 버리면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들이 이사이 일행에게 매달리고 싶었던 마음도, 떠나 버리는 바람에 버림받았다고 느낀 마음도 아플 만큼 전해졌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이, 만약 효종 일행이 남장에서 하룻밤 묵었더라면 많은 희생을 치르지 않고도 연왕과 합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은 그때는 알 수 없었던 일이다. 효종이 서두르는 것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일이며, 결국 그것이 대의 백성들을 구하는 일이 된다. 지금까지 수많은 백성이 죽었다. 거기에 지금이라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백성의 목숨이 더해진다 해도……. 하지만 남장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그저 더해지는 숫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거나 가족이거나 친구이거나 이웃인 것이다. 자신이 죽는 것은 무섭고, 가족이 목숨을 잃으면 살을 도려내는 듯 고통스러울 것이다. 언위 역시 그저 자신들이 살고 싶었을 뿐, 풍도 일행이 죽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선악의 이항대립으로 보면 이해하기 쉽고 편하겠지만, 인간은 다면적이어서 선과 악을 함께 지니고 있다. 그리고 선악은 환경이나 입장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달라진다. 어렵지만, 단순화해 버리면 소중한 것을 놓치고 말 거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거사 일행과 묘사들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가족이 살해당한다면, 토비에게도 선한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는 따위의 생각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방의 손님』
엄청난 수의 인명을 희생시켜 하늘에 물음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교소를 주군으로 받들고, 타이키와 바라는 바가 같다고 말하며, 타이키에게는 '적은 아니다'라고 일컬어지는 존재. 그런 박식하고 신비롭고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랑찬. 그녀가 소녀였을 때 교소와 만난 이야기 속에, '백은의 폐허 현의 달'에서 느꼈던 '왜?'에 대한 답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읽었다. 어린 시절의 랑찬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집안일을 귀찮아하며 어른들이 아무것도 맡기지 않는 것을 불만스러워하는 평범한 소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랑찬에게 지식과 경험을 얻을 계기를 준 것이 교소와 엄조였고, 아선에게 그랬던 것처럼 교소에게도 옥좌를 바라게 되는 계기가 되는 말을 건넨 것은 랑찬이었다. 이 단편에서 '백은의 폐허 현의 달'에 이르기까지, 교소의 휘하가 되고, 그리고 아선에게 가담하게 되는 것일까……. 자세히는 말해주지 않지만 상상을 자극하는 여백이 정말 좋다.
꿈의 매듭
설마 난카다유가 여기서 등장할 줄이야. 그리고 난카다유인 소코헤이가 이렇게나 마음씨 좋고 다정한 사람이었다니. 삽화 속 여자아이가 귀엽다고 생각해서 읽기 시작한 이 작품.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삽화를 다시 보니, 통통한 아저씨가 난카다유이고, 뒷모습이 에이쇼이며, 옆에 있는 아이가 코료였다. 설마 난카다유가 에이쇼를 숨겨주고 있었다니. 교소와 리사이 일행의 위기에 멋지게 달려와 준 에이쇼. 그는 이렇게 몸을 숨기고 있었구나 하고 감탄했다. 코료가 무사히 에이쇼와 만난 장면은 사정을 모르는 하쿠교쿠의 시점이었지만, 사정을 알고 있는 나에게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장면이었다. 이렇게 재회했구나 싶어 기뻤다. 하쿠교쿠가 씩씩하고 총명해서 정말 귀엽다. 하쿠교쿠를 부민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하는 소코헤이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이 만남에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하쿠교쿠와 소코헤이 두 사람에게는 마음이 훈훈해진다. 한편, 교소 휘하에서 가장 까다롭고 가장 아이와 어울리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 에이쇼가 하쿠교쿠에게 계속 말을 거는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하쿠교쿠의 마음을 헤아려준 것이 소코헤이가 아니라 에이쇼라는 점도 정말 좋았다. 몹시 춥고 배고프고 슬프고 괴롭고 힘든 이 시대에, 이런 악몽 같은 장소가 있었다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코헤이와 손을 잡고 악몽의 바깥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 작고 귀여운 하쿠교쿠. 다이국의 새벽에 소코헤이와 하쿠교쿠라는 진심 어린 두 사람도 힘을 보태고 있었다는 것이 무척 기쁘다. 그녀는 그 뒤에도 청소에 힘쓰고, 세상을 보고 들으며,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 걸까. 희망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저승의 기슭』
검을 손에 들고 병사를 살상한 뒤, 교소에게 달려가 머리를 조아린 타이키. 전 4권에 걸친 괴롭고 고통스러운 싸움 끝에 왕과 기린이 마침내 재회하는 그 장면은, 간신히 찾아온 구원이었다. 그것이 구원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그래서 서왕모가 “더 이상 치유될 수 없다”고 단언했을 때, 리사이와 함께 충격을 받았다. 설마…… 하고. 타이키도 태왕도 죄를 물을 만한 극악무도한 짓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의 백성을 구하기 위해 타이키는 몸을 아끼지 않고 위험을 무릅썼다. 때로는 기린이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일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도…… 자애로운 존재인 기린이 살생을 저지르는 것은 이유를 참작받지 못하고 대죄가 되는 것인가. 준제의 고사처럼. 하지만 요코의 말을 읽고 납득했다. 나도 요코나 타이키와 같은 봉래 출신이다. 전쟁은 먼 나라, 먼 역사의 일이고,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살인은 죄가 된다. 그렇기에 타이키에게 살인의 죄에 벌이 내려지는 것은 자비인 것이다. 타이키를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엔키와 리사이. 그리고 엄하면서도 다정한 케이키. 타이키는 대의 기린으로서의 역할을 자각하고 있다고 믿는 야리. 각자 타이키에게 건네는 말은 달라도 타이키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전해져 와서, 타이키는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안심할 수 있었다. 그들이 곁에 있어 주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때로 벌과 꾸짖음이 구원이 되기도 한다. 구원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고 생각했다. 봉래에서 태어난 타이키와 요코는 스스로의 죄를 마음에 새긴 채, 기린으로서 왕으로서 백성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 타이키, 요코, 리사이, 그들의 죄에 대한 자각은 그들의 나라를 점점 앞으로 전진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 년이 지난 경국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뻤다. 그리고 케이키의 ‘재우기’라는 신경 쓰이는 단어가 등장한 부분도 정말 좋았다.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4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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