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아사이 료 씨가 출연하신 것을 계기로 『인 더 메가처치』를 읽었습니다.
아사이 료의 작품은 『기리시마가 동아리를 그만둔대』밖에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의 아사이 료는 이렇게 마음을 후벼파는군요…….
전반부는 ‘표현이 뛰어나다’, ‘묘사가 대단하다’며 감탄하면서 읽어 나갔는데, 종반에 몰아치는 구원 없는 전개에 체력과 기력을 모두 빼앗겼습니다.
인정사정 없는 전개에 “무서워, 무서워. 2200円 내고 이런 불쾌감이라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단숨에 읽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추락은 아니었습니다. 마음 편하지는 않았지만, 강렬한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 “보통”이었던 사람들이
주인공은 음반 회사에 다니는 중년 남성 구보타, 대학생 스미카, 그리고 좋아하는 배우를 열렬히 응원하는 계약사원 스미짱이다.
각각 불안이나 고독을 안고 있으면서도,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구보타는 옛 직장 동료로부터 신인 아이돌 그룹 'Bloome'의 팬덤(팬 집단)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맡게 되고, 그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이야기'를 만들게 됩니다.
구보타의 딸 스미카는 유학에 대한 고민과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로 마음이 지쳐 있을 때, 우연한 계기로 『Bloome』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또한, 30대 계약직 사원 스미짱은 최애 배우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직장 선배 이즈미 씨와 함께 죽은 자와의 대화나 음모론 같은 수상한 ‘이야기’에 휘말리게 됩니다.
📔 스미짱의 이야기~'자신을 전부 소진했다'는 고통과 구원
마음의 버팀목이었던 '최애'를 잃은 스미짱 일행 앞에 나타나는 '최애 동료' 토모요.
처음부터 수상쩍긴 하지만, ‘뭐, 속을 만하지’라고 생각했던 제 예상을 뛰어넘어 두 사람은 한없이 얽혀 들어가더니 급기야 음모론자 집단에 빠져 버립니다.
힘들고 외로울 때, 사람은 누군가의 말에 의지하고 싶어진다.
그 틈을 타 “자신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믿게 되는 사이에 시야는 점점 좁아진다.
그리고 극단적인 '이야기'는 사람을 집어삼키며 파멸로 몰아넣습니다. 그녀들은 사회로부터 점점 더 고립되고, 생활은 파탄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시부야 데모에서 스미짱은 마침내 '이야기'를 단절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자신을 모두 소진했다. 이제는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 스미카의 이야기 ~ 뒤틀린 ‘신앙’으로 얻은 강함
스미카도 『Bloome』의 이야기에 몰입하면서 돈과 시간, 친구를 잃어갑니다.
『Bloome』이 아버지들이 꾸며낸 허구의 이야기라는 것을 모른 채, 澄香에게 그것은 어느새 신앙과도 같은 것이 되어 간다.
스미카 역시 '타인의 이야기'에 삼켜지면서 지금까지의 자신을 잃어갑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착취당한 ‘희생자’와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팬덤 안에서 그녀는 되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에 가까워져 간다.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던 '이야기'를 버리고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Bloome』의 '허구의 이야기'가 꼭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Bloome』의 데뷔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그녀는 놀라운 전략과 행동력을 발휘합니다. 착취자였던 아버지를 뛰어넘을 정도로.
시부야 포스터 앞에서 동료들과 함께 환하게 웃는 스미카. 가상의 이야기였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진짜 '자신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 느낌도 들었습니다.
📔 ‘우정’, ‘부모와 자식’이라는 이야기의 함정
그리고 종반에는 ‘이야기’를 꾸미던 쿠보타가 몰락합니다.
그는 『Bloome』 멤버 가키하나 미치야의 말에 자신의 고독과 “약함을 서로 보듬는 관계”에 대한 동경을 겹쳐 보고, 끝내 미치야를 ‘친구’라고 믿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쿠보타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낸 '우정'과 '삶의 새 출발'의 이야기였습니다. 쿠보타는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 몰입한 나머지 스토커와 다름없는 사건을 일으키고 맙니다.
미치야가 정말로 구보타가 생각하는 것 같은 섬세한 청년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가 들려준 아버지 이야기는 구보타 같은 사람에게 와닿도록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였을지도 모릅니다.
팬들을 선동하기 위해 아이돌의 “이야기”를 꾸미고 있던 쿠보타가, 이렇게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다니.
그리고 무서운 것은, 미치야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나도 빨려 들어가 쿠보타의 좁아진 시야에 동조할 뻔했다는 것입니다. …아슬아슬해, 아슬아슬해.
‘Bloome’ 프로젝트에서 제외된 쿠보타는 사랑하는 딸을 향한 ‘사랑’으로 돌아갑니다. 스미카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스미카의 꿈을 계속 응원하고 싶다. 총명하고 자랑스러운 딸. 하지만 그것 역시 쿠보타의 일방적인 ‘딸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스미카를 만날 수 있는 건 화면 너머로뿐이다. 스미카에 대한 애정의 증거는 돈뿐이다.
실체가 없는 스미카는 그에게 있어 더 이상 가족이나 딸이 아니라 '아이돌'이었던 것이 아닐까.
구보타는 어리석고 가엾은 부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라. 이건 남의 일만은 아닌 것 같은데……?
📔 육아라는 ‘이야기’의 공과
저는 이 소설에서 여기가 가장 소름 끼쳤습니다.
육아도 틀림없이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즉 나 역시도, 구보타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자신이 보고 싶은 이야기’ 속에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와. 무서워.
마지막에 “지금의 진짜 스미카”를 알게 된 것은 쿠보타에게는 구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르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가족 회의에서 스미카는 허상이 아니라 감정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 부모와 맞서게 될 것이다.
절망적이긴 하지만, 쿠보타에게 있어 진짜 이야기는 그곳에서부터밖에 시작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이야기”의 답은, 자신 안에
다 읽고 나니 처음에는 구원의 여지가 없다는 느낌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스미짱과 스미카가 붙잡은 희미한 희망도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그것조차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녀들이 상처 입고 끝나는 모습을, 나는 그저 보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잇달아 만들어내기 마련입니다. 시야를 좁혀 기분 좋은 것만 볼 수도 있습니다. 시야를 넓히면 새로운 희망과 만나기도 하지만, 보지 않아도 될 불안이나 혐오와 부딪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할 때일수록, 의심해 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바꿔치기당하지 않도록.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빼앗지 않도록.
그런 것을 마음에 담아 두었습니다.
『인 더 메가처치』는 독자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잠식해 옵니다. 아사이 료라는 압도적인 이야기꾼과는 한동안은 조금 거리를 두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32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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