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귀가길에 우연히 어제까지 밝게 빛나던 장소에도 가로등이 켜져 있다. 가을이란 걸 깨닫게 된다는 듯, 이런 작은 일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오늘은 그런 계절에 손에 들고 싶은 한 권을 꺼내고 싶다. 레이 브래드베리의 ‘10월은 황혼의 나라’(우노 리타이 역)다. 이 제목이 마음에 들어. ‘10월은 황혼의 나라’라는 제목을 소리 내어 말하면 마치 먼 나라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입구는 바로 옆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환상과 기괴를 그린 단편집이다. 이상한 일, 무서운 일, 사람 마음속에 숨어 있는 불안 등, 그런 것들이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제목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펼쳤을 때, 예상보다 어두운 장소로 안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을 밤에는 그 어두움이 묘하게 어울리기도 한다. 낮에는 신경 쓰이지 않는 소리들이 밤에는 조금 더 신경 쓰이기도 한다. 창에 비친 자신을 보며 깜짝 놀라기도 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듯 약간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환상의 바로 옆에 있는 것 같다. 사진집은 표지도 많이 바래고 모서리도 닳아 있다. 이 낡은 모습이 좋다. 표지의 건물이 새 책에 그려져 있었다면 또 다른 느낌이었을까? 낡은 종이 위에 있는 만큼,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려온 장소처럼 보인다. 오래된 책을 앞에 두고 보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까지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사람이 이 책을 펼쳤을까? 어떤 이야기에서 손을 멈추었을까? 답은 알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단편집이니까, 오늘 밤은 단 하나뿐이라는 읽기도 가능하다. 책을 다 읽은 뒤 곧바로 휴대폰을 손에 들지 않고, 잠시 여운에 잠겨 본다. 굳이 이야기를 놔주고 떠나는 것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아까울 때도 있다. 가을에 읽고 싶은 책은 단풍이나 밤송이 등등 겉으로 드러나는 것뿐만이 아니다. 밤이 길어질수록,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감정에 발을 멈출 수 있는 책들도 좋다. 무서운 이야기나 조금은 신기한 이야기들도 좋다. 이야기가 좋아하는 분들께, 오늘 밤 한 권에 『10월은 고요한 나라』를 읽고 나면 커튼을 닫는 시간이 조금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뭐랄까 가을 독서의 작은 보너스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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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1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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