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학급통신의 일러스트와 슬라이드의 진화
내가 교사로 임용된 무렵, 학급 통신의 일러스트를 만드는 일은 꽤 힘들었다. 먼저 일러스트집을 파라락 넘기며 쓸 만한 일러스트를 찾았다. '이게 좋을까' 싶으면 복사했다.
하지만 학급 통신에 맞춰 보니 너무 크다. 그러면 복사기로 축소한다. “아직 크네.” 한 번 더 축소한다.
적당한 크기가 되면 가위로 잘라 직접 만든 학급 통신 원고에 풀로 붙였다. 지금 생각하면 꽤 힘든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게 당연했기에 딱히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원하는 일러스트가 없으면 두 개의 일러스트를 조합하거나 말풍선을 붙이는 등 자신이 떠올린 이미지에 가깝게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도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CD-ROM에 들어 있는 일러스트를 사용하거나 인터넷에서 일러스트를 찾아 쓰게 되었다. 이는 편리했다.
확대나 축소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가위도 풀도 필요 없다. 다만 머릿속 이미지에 맞는 일러스트를 찾는 것은 여전히 힘들었다. “좀 더 이런 그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해도 없는 것은 없는 법이다. 그래서 두 개의 일러스트를 겹치거나 말풍선을 붙이곤 했다.
슬라이드를 만들 때는 오랫동안 PowerPoint를 사용했다. 사진을 한 장씩 붙여넣고, 텍스트를 넣고, 또 다음 슬라이드를 만들었다. 이 작업도 꽤 시간이 걸렸다.
GIGA 스쿨 구상으로 1인 1단말이 되고 로이로노트를 사용하게 되면서 훨씬 편해졌다. 사진을 순서대로 배열하고 선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PowerPoint로 한 장씩 만들던 감각에서 '사진을 나열해 연결한다'는 감각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되돌아보면, 학급 통신이나 슬라이드를 만드는 작업은 한결 편리해졌다.
하지만 신기한 일도 있다. 옛날 교무실은 지금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가위로 일러스트를 자르거나 풀로 붙이거나 교재를 손수 만들면서, “오늘 ○○가 이런 말을 하더라” 같은 식으로 선생님들끼리 아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젊은 시절의 나는 그런 얼핏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들 속에서 선배 선생님께 여러 가지를 배웠다.
지금은 교무실에 돌아오면 모두가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 타닥타닥, 타닥타닥. 묵묵히 문서를 작성하거나 무언가를 입력하고 있다.
컴퓨터가 보급되어 일은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만들어야 할 서류나 입력해야 할 것들도 늘어난 것 같다. 편리해지면 한가해질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제 생성형 AI가 등장했다. 이것 또한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일러스트는 '찾는 것'에서 '그려 달라고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내 블로그의 일러스트도 거의 AI에게 그려 달라고 하고 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게 서툴다. 그래도 “이런 장면에서” “이 사람을 여기에 두고” “이쪽을 보게 하고” “가로로 긴 구도로”라고 전하면, 그런대로 괜찮은 일러스트를 그려준다.
나는 블로그 일러스트는 “글을 읽지 않아도 일러스트만 보면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AI 입장에서는 꽤 까다로운 사용자라고 생각한다.
우선 한 번 그려 달라고 한 뒤, "좀 더 이렇게 해 줘" "거기가 아니야" "교실이 더 좋겠어" "인물 위치를 바꿔 줘"라고 주문한다.
그래도 최근의 AI는 똑똑해졌다. 대략 3번 정도 수정해 달라고 하면 내가 생각한 이미지에 꽤 가까워진다.
최근에는 바로 일러스트를 그려 달라고 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먼저 “이런 일러스트를 생각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AI와 상의한다. 구도를 함께 구상한 뒤에 “그럼, 그려 줘”라고 부탁한다.
이미지 생성을 하다 보면 그림을 그리는 데에도 국어 실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 전문 용어를 모르는 내가 머릿속에 있는 구도를 말만으로 AI에게 전달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에는 내가 AI에게 지시하는 법에 익숙해졌다기보다 AI가 내 취향을 알아주기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슬라이드도 달라졌다. ChatGPT나 NotebookLM에게 “○장의 슬라이드로, 이런 흐름으로 만들어줘”라고 부탁하면 초안을 만들어준다.
중요한 슬라이드라면, “첫 번째 슬라이드는 이런 문장”, “여기에는 이런 일러스트”와 같이 세세하게 지정할 수도 있다.
저는 근본적으로 장인 기질이라고 할까, 고집이 센 성격이라 소중히 여기는 것일수록 세세한 부분이 신경 쓰이고 맙니다. AI로 만든 슬라이드를 Canva 등으로 세밀하게 다듬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아직 저 자신도 충분히 능숙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서, 조금 더 공부한 뒤에 다시 블로그에 쓰려고 합니다.
AI를 사용하면 글도 일러스트도 그럭저럭 쓸 만한 것을 쉽게 만들 수 있다. 그걸로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 자신은 아주 조금만 나다움을 남기고 싶다. 글이라면, 한마디. 아이가 한 말을 예쁜 말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쓴다. 때로는 사투리도 그대로 넣는다. 미사여구나 멋 부린 표현, 자신을 잘 보이게 하는 문장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글의 구성에도 신경 쓰고 싶다.
일러스트라면 구도에 신경 쓴다. 전부를 직접 만들 필요는 없다. AI의 도움을 받으면서 몇 군데만 직접 손본다. 그 부분만큼은 '탈AI'로 가고 싶다.
일러스트집을 복사해서 가위로 자르고 풀로 붙이던 시대. 컴퓨터로 일러스트를 찾아 복사해 붙여넣던 시대. PowerPoint에서 ロイロノート로. 그리고 말로 부탁하면 일러스트와 슬라이드까지 만들어 주는 AI로.
도구는 엄청나게 진화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옛날부터 해 온 일은 의외로 같을지도 모른다.
좀 더 이렇게 하고 싶어
그래서 예전에는 가위와 풀을 사용했다. 지금은 AI와 상의하고 있다.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29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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