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살았던 작은 정육각형 원룸. 이 액자 안에서 희미하게 이어져 온 삶도 오늘로 끝이 난다. 방 구석에는 책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다. 당신이 ‘이렇게 되고 싶다’는 꿈을 응원하기 위해 내가 선물했던 자격 시험 참고서와 당신이 ‘이렇게 되고 싶다’고 말하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샀던 에세이. 허리를 굽히고 아래부터 한 권 한 권 훑어 내려간다. 모든 책들이 추억의 쪽지처럼 잊고 지냈던 페이지를 열어간다. 코끝이 뜨겁다. 가장 위에 놓인 참고서에는 먼지가 쌓여 있고, 표지는 희미하게 바래 있었다. 조심스럽게 참고서를 들어 올리자 당신이 산 에세이가 나타났다. 당신의 ‘이렇게 되고 싶다’ 위에 내 ‘이렇게 되기를 바란다’가 담겨 있었다. 그 에세이는 먼지 하나 없이 선명한 표지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지금까지와 당신의 앞으로를 전시하는 듯, 잠시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낡은 붓을 든 채, 텅 빈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붓은 마치 그녀의 손에 갇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붓을 들고, 텅 빈 종이를 향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긋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잃어버린 것의 흔적일까?”
그녀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붓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낡은 가죽 가방을 든 채,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저기, 혹시 ‘짧은 이야기’를 쓰고 계신가요?”
그녀는 잠시 붓을 내려놓고, 남자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깊은 슬픔과 희미한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네, 쓰고 있습니다.”
남자는 가방에서 작은 책 한 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넵다. 책 표지에는 ‘짧은 이야기’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이 책은, 당신이 쓴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책을 받아 들고, 꼼꼼히 살펴보았다. 책에는 그녀가 쓴 ‘짧은 이야기’들이 수십 편 실려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내 안에서 싹틔어 나온 것들인가…”
그녀는 책을 덮고, 다시 붓을 들었다. 붓은 여전히 그녀의 손에 갇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붓을 들고, 텅 빈 종이 위에서 다시 한번 긋고 있었다.
“이제,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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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2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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