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성과 놀이 약속을 하게 되면서, 급하게 책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독서 취미로 만나게 된 그녀는 서점 베스트셀러 상을 받은 작품 같은 건강한 소설을 좋아해서, 책장은 최우선적으로 맞춰줘야 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인 자리에서 꺼내기 좋고 개인적인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책을 분리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연인에게 보여줄 책, 회사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괜찮은 책, 대학 시절 친구가 보면 “아직도 같은 거네” 하고 눈을 피할 책, 이렇게 꼼꼼하게 갖추고 싶으면 결국 자신의 목을 죄는 것과 같았다. 문제는 내가 미뤄둔 책들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철학 서적, 모르는 나라의 역사책, 낱장이 흩어진 미술책, 이런 것들이 깔끔하게 쌓여 있었다. 읽을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루는 것’이 멋있다는 스노보우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허세와 속임수를 한 권씩 차근차근 쌓아 올린 결과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방을 둘러보니, 개조된 피규어, 틈새시장을 겨냥한 동인지, 질문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조형물, 그리고 이제는 숨길 수 없는 미루다 타워가 있었다. 마치 이 방 자체가, 나라는 인간의 매력을 흠잡을 데 없이 드러낸 미술관과 같은 모습이었다.
벨이 울린다. 이제는 전시 교체를 포기하고 개관하거나, 나 스스로가 전시물이 되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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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1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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