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갈아준 흙 덕분인지 정원에 꽃이 활짝 피었다. 몇몇을 화분에 옮겨 두지 않겠지 생각해보아야겠다. 먼지가 쌓여 있던 서예용 화분을 꺼내 나온다. 정원으로 향한다. 몸을 쭉 뻗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로 배치할 것은 붉은 수국의 꽃이 좋을 듯싶다. 줄기의 굵기가 2리터 페트병 정도 된다. 손에 들고 있던 가위를 보니, 이렇게 되면 안 된다. 굵은 가지치기 가위를 들고 바꿔본다. 날을 당겨 힘을 준다. 가위는 조금씩 줄기 안으로 잠기지만, 아직 절반도 가지 않았는데 멈춰버렸다. 얼마나 힘을 주어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한숨을 쉬었다. 날을 풀어 빼내려 하지만, 그것조차 할 수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가위에 찔린 자리에 거대한 덩어리가 생겨 있다. 날은 그 덩어리에 굳이 고정되어 버린 상태다. 손잡이를 잡고, 숨을 죽여 힘을 주어 잡아당겨 본다. 미동도 없다. 줄기에 손을 대고 온 힘을 가해 밀어본다. 발로 차보기도 한다. 꺾이지 않는다. 작게 숨을 내쉬고, 방으로 돌아온다. 도구 상자에서 송곳을 꺼내 나온다. 톱날이 촘촘한 송곳을 줄기에 당겨 맞혔다. 바람이 불어 수국이 조금 흔들린다. 힘을 준다. 톱질 소리가 나면서 송곳이 왕복 운동을 할 때, 있잖아, 움직이지 않는다. 밀거나 당기는 것도 없다. 손잡이에서 손을 떼다가 잠시 숨을 깊이 쉰다. 다시 한번 손잡이를 양손으로 꽉 쥐고, 온 힘을 다해 모든 방향으로 잡아당긴다. 그러자 손잡이가 부러져, 반동으로 나는 바닥에 엎드린다. 얼굴이 뜨겁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일어선다. 수국은 이제 포기해야겠다. 더 우아한 꽃은 없는가. 정원을 둘러본다. 거의 모든 것이 내 키와 똑같다. 줄기 역시 10센티미터 이상 되는 것들만 빼놓지 않는다. 가위와 송곳도 모두 수국에게 가져가렸다. 어깨를 축 늘어뜨려 방으로 돌아온다. 흙을 바꾼 게 잘못이었나. 봉투를 들어 원료를 살펴본다. “단백질 100%”라고 기재된 부분이 있다.
마초 하이도, 매주 짧은 노트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2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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