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영화를 보면 천천히 한숨을 내쉬고 싶어진다.
영화 ‘사토코는 언제나’도 마찬가지였다. “이 세계관이 너무 좋아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얼마 전 아내와 현청 소재지에 있는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고속도로를 달려, 역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격이 파격적인 숨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곳에서 약 20분을 걸었는데, 보러 가길 잘했다. 비에 옷이 젖었지만, 보러 가길 잘했다. 유머 넘치는 묘사는 따뜻했고, 상영이 끝난 뒤에는 나도 모르게 소리 없는 작은 박수를 치고 말았다. 옷은 진작에 말라 있었다.
이것은 세대가 다른 세 명의 '사토코'를 그린 이야기이다. 첫사랑에 대한 마음을 키우며 망상이 폭주하는 15세 나카이 사토코. 타성에 젖어 불륜을 이어가는 회사원, 35세 니시다 사토코. 자녀가 독립하여 자신의 시간을 갖게 된 55세 이지마 사토코. 아무런 관계도 없던 세 사람이 각자 내면에 간직해 온 이야기를 엮어내기 시작했을 때, 그녀들의 인생이 작지만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누구나 한 권쯤은 자신의 책을 쓸 수 있다” 서점 장면에서 서점 주인이 한 대사다. 나는 이 장면을 정말 좋아한다. 이야기는 타고난 재능을 지닌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설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는 등을 떠밀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자주 달리는 러닝 코스가 있다. 그곳은 하천부지로, 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곳이 있는데, 나는 꼭 그 조금 앞에서 발을 멈추고 멍하니 일정한 간격으로 달리는 차들을 바라본다. 그러면 점차 마치 차들이 자동 제어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나와 같은 살아있는 인간이 핸들을 쥐고 사고를 내지 않도록 운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나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는 사람이 타고 있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소중한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나는 왠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감각에 휩싸인다.
어디로 가는 걸까. 여행일까, 일일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 걸까. 흐르는 것은 음악일까, 라디오일까. 아니면 무음일까. 바로 근처의 인터체인지에서 내려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분명 이 외딴 시골은 그저 통과점에 불과하기에, 내 고향에 발을 들이지 않은 채 생을 마치는 사람이 많을 게 틀림없다. 과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인생을 걸어와 지금 이 순간 이 도로를 달리고 있는 걸까. 이렇게 나는 아마 평생 한 번도 만나지 못할 사람들에게 마음을 기울이며 감상에 젖는다.
이야기. 그래, 나는 이야기를 찾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가려 하는지 알고 싶다. 불확실하기 그지없는 이 세상이 그들에게는, 당신에게는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책이나 영화를 접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이야기된 것보다 이야기되지 않은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신혼여행으로 이탈리아에 갔을 때의 일이다. 단체 투어로 갔는데, 친구 사이라는 50대 여성 2명과 친해졌다. 밝고 쾌활해서, 내 시시한 농담에도 크게 웃어 주는 다정한 분들이었다.
여행 막바지에 그중 한 사람이 우리에게 말했다. 몇 년 전 남편을 갑작스럽게 잃었다는 것. 몹시 초췌해져 5년간 집에서 나오지 못한 채 제대로 생활할 수 없었다는 것.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런 과거가 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있는 나에게 그녀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이탈리아까지 올 수 있어서, 정말 기적 같아.”
나는 그 이상 묻지 않았고, 그녀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분은 분명 멋진 분이었고, 너무 짧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이었으리라 상상할 수 있었다. 반면 5년간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었지만, 씩씩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니 왠지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옆에서 조용히 곁을 지키는 친구분. 그 온화한 표정을 보니 분명 이분의 버팀목이 컸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은 훌륭한 이야기다. 그녀가 들려주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 서툰 글로 인터넷의 바다로 흘러간다.
설마 동안 얼굴로 보라색 선글라스를 쓰고, 치즈도 술도 못 해서 "먹을 수 있는 게 없다"고 투덜대던 그 망할 꼬맹이에 의해 이 이야기가 세상에 공개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낯선 누군가의 마음에 와닿기를 기대하며, 그리고 적어도 내 심금을 울린 소중한 추억 중 하나라는 것을 여기에 적어 두고 싶다.
이야기는 이어진다. 이 영화가 가르쳐준 것 중 하나다. 사람의 감정과 행동은 이야기가 된다. 그것은 누군가의 시야 너머를 비춘다. 그리고 또 누군가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인간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밤, 귀갓길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서두를 필요가 없었기에 왼쪽 차로를 천천히 달렸다. 앞쪽에는 차가 없었다. 전조등을 상향등으로 켰다. 그러자 지난 몇 년간 계속되던 공사가 완료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단하다”고 나는 중얼거렸다. 낯선 누군가가 열심히 일해 완성한 깨끗한 길을, 이 글의 구상을 떠올리며 천천히 달렸다.
『사토코는 언제나』 이야기의 아름다움과 훌륭함과 고귀함을 정면에서 온몸으로 맞았다.
사토코여, 영원하라.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13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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