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따위, 소설이 될 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지 않을까.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놀랄 만한 경험을 한 것도 아니다. 매일 일을 하고, 가족을 위해 밥을 만들고, 학교에 가고,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때로는 사랑을 한다. 돌아보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일상이다. 그러나 바로 그 ‘어디에나 있는 인생’에야말로 소설이 있다.
이 작품이 그리는 것은 15세, 35세, 55세라는 서로 다른 연령대를 살아가는 세 명의 여성이다. 각자가 처한 환경도 고민도 전혀 다르다. 중학생은 첫사랑에 흔들리고, 영화 배급사에서 일하는 여성은 일과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불륜 사이에서 갈등하고, 육아를 마친 주부는 비로소 자신의 시간을 되찾는다. 그리고 세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이야기'로 쓰기 시작한다. 이 설정이 흥미로운 것은 '소설을 쓰는 것'이 단순한 창작 활동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다시 마주보게 된다.
“그때, 나는 왜 그런 일을 했을까” “그 사건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즉, 자신의 인생을 '다시 읽는' 작업인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도중에는 사건의 의미 같은 것을 알 수 없다. 힘들었던 일, 슬펐던 일, 분했던 일. 그 순간에는 ‘왜 나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면, 그 경험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인생에는 ‘그때는 의미를 알 수 없었던 사건’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여기서 이 작품이 제시하는 ‘쓰기’라는 행위는 회복탄력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흥미롭다. 회복탄력성이란 어려움이나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거기에서 회복하여 환경에 적응해 가는 힘을 말한다. 다만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한 것을 다시 해석하고, 그 경험을 앞으로의 인생에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해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의 인생을 글로 쓰는 것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힘들었던 일을 ‘실패’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다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로부터 ‘힘내’라는 말을 듣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지금까지 애써 온 자기 자신에게 ‘잘해 왔다’고 말을 건네는 작업이 아닐까.
나는 이전에 레질리언스 전문가에게서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더 열심히 해야 해’, ‘분명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생각을 잠시 옆으로 두고 ‘나 정말 열심히 하고 있잖아’라고 자신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이 이번 작품을 보는 동안 몇 번이고 떠올랐다. 특히 인상에 남은 것은 20년 이상 가족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어 온, 이시다 히카리가 연기한 사토코의 “마지막 날에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취지의 대사이다. 도시락을 만드는 일은 매일의 반복이다. 매일이기 때문에 그 고됨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매일이기 때문에 받는 사람에게도 “있는 게 당연하다”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사실 그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시간이며, 애정이며, 인생의 일부가 아닐까. 이는 도시락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 직장에서 누군가를 돕는 것.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는 것.
자신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작품에 등장하는 3명도 처음부터 “자신의 인생에는 가치가 있다”고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다.
인생의 가치는 특별한 사건의 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첫사랑도, 일도, 불륜도, 육아도, 꿈도, 좌절도, 후회도, 누군가와의 별것 아닌 대화도 자신의 인생을 구성하는 하나의 에피소드이다. 그리고 그것을 글로 써봄으로써 비로소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나아가 그것을 누군가에게 읽어 보임으로써, 혼자서는 찾아낼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이 생겨난다. 바로 여기에 이 작품의 큰 매력이 있다.
“자신을 바꾸자”고 설교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자신의 인생을 들여다보자”고 촉구하는 것이다.
영화 제작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매우 대담한 기획이기도 하다. 큰 사건도, 화려한 액션도 없다. 15세, 35세, 55세라는 세 여성의 '평범한 인생'을 그린다. 그러나 그 평범함을 세 편의 이야기로 나란히 놓음으로써 관객 자신의 인생을 스크린 바깥에 떠오르게 한다. 이는 관객에게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영화이다.
배급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관객 자신의 경험과 연결될 수 있는 작품은 강하다.
15세에는 15세의 이야기가 있다. 35세에는 35세의 이야기가 있다. 55세에는 55세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도 인생은 계속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내 인생도 한번 써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작품은 스크린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인생에 절망했을 때. 매일 한숨을 쉴 때. '나 따위'라고 생각했을 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내 인생은 어떤 이야기였을까?
그러다 보면 잊고 있던 일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때는 슬펐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 실패가 있었기에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만남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그렇게 과거를 다시 읽었을 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반드시 한 권의 소설이 있다.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이어질 이야기를 쓰는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2026년/일본】【장르】코미디【감독】오키타 슈이치【출연자】아리무라 카스미 이시다 히카리 히메노 카하루 오다기리 조 요시다 요 츠츠이 미치타카 외【상영시간】2시간 19분【추천도(5점 만점)】☆☆☆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16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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