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살고 있다.
방에 있는 식물이라고 해봐야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가끔 발견되는 파 정도였다.
그 대신 덤벨, 트레이닝 매트, 프로틴, 러닝 슈즈는 빠짐없이 갖춰져 있었다. 아침에도 근력 운동, 밤에도 근력 운동. 휴일에는 조금 더 길게 근력 운동을 했다. 방 한구석은 거의 작은 헬스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내게 어느 날, 탐스러운 호접란이 도착했다.
피트니스 대회에서 입상한 것을 축하하며 헬스장 친구가 선물해 준 것이었다.
하얀 꽃잎은 우아하고, 가느다란 줄기는 곧게 뻗어 있어, 내 방에 있는 물건들 중에서 유일하게 땀 냄새가 어울리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바라본다.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호접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그때의 나는 아직 몰랐다.
이 녀석이 나보다 근력 운동의 재능을 타고났다는 것을.
육성 3일째――식물도 꾸준함이 중요하다
식물을 키워 본 적은 없었지만, 근력 운동과 같다고 생각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환경, 영양, 휴식, 그리고 꾸준함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튼을 열고, 호접란을 창가로 옮긴다. 흙 상태를 보고 물을 주고, 잎 표면을 부드러운 천으로 닦는다.
스쿼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호접란에게도 말을 걸었다.
오늘도 가자
답장이 없다.
하지만 잎이 살짝 흔들렸다.
바람인 것 같다.
아마도.
육성 7일째――프로틴은 식물에도 효과가 있을까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내 마음속에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인간의 몸은 훈련만으로는 커지지 않는다. 충분한 영양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떨까.
물론, 일반적인 식물용 비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막 근력 운동을 마친 직후였다. 판단력이 죄다 이두근으로 몰려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프로틴 통을 열었다.
“너도 마실래?”
호접란을 거절하지 않았다.
거절할 리가 없다.
나는 동봉된 스푼 절반 정도의 가루를 물뿌리개의 물에 섞었다.
그 순간, 호접란의 잎이 살짝 떨렸다.
기뻐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스위치가 켜진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식물에 단백질을 주는 것은 절대 하지 마세요.
생육 10일째――줄기가 굵다
이변은 곧 나타났다.
호접란의 줄기가 분명히 굵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주를 고정하던 클립이 힘겹게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트레이닝용 줄자를 가져왔다.
줄기의 둘레를 재고, 자신의 팔도 잰다.
다시 한 번, 줄기를 잰다.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아?
나는 기뻐졌다.
왜냐하면 기르는 방법이 옳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성과가 나오면 방법을 의심하지 않게 된다.
설령 그 성과가 이상하더라도.
그날부터 나는 내 훈련 기록 옆에 호접란의 성장 기록도 적기 시작했다.
- 나: 벤치프레스, 지난번보다 2.5킬로 증가
- 호접란: 줄기 굵기가 어제보다 8밀리미터 증가
- 나: 체중은 거의 변화 없음
- 호접란: 화분이 살짝 들뜬 것 같다
마지막 항목에 대해서는 못 본 셈 쳤다.
육성 14일째――잎이 가슴 근육이 되었다
2주째 아침.
나는 호접란을 보고, 들고 있던 셰이커를 떨어뜨렸다.
잎이 갈라져 있었다.
정확히는, 좌우의 커다란 잎이 부풀어 오르고 중앙에 깊은 선이 패어, 어떻게 봐도 대흉근 같은 모양이 되어 있었다.
꽃은 여전히 하얗게, 우아하게 피어 있다.
그 아래만은 완전히 보디빌더였다.
나는 한 번 옆에서 포즈를 취해 보았다.
지고 있었다.
두께도, 탄력도, 좌우 균형도 모두 호접란 쪽이 더 뛰어났다.
“너, 어디를 노리는 거야?”
잎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마치 자신의 근육을 과시하듯이.
이날부터 나는 프로틴을 주는 걸 그만두었다.
하지만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육성 21일째――한밤중에 들리는 소리
그 무렵부터, 밤이 되면 방 안쪽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옆방인 줄 알았다.
“흥!”
잠시 뜸을 들이고,
“흥!”
그리고, 바닥을 가볍게 발로 구르는 듯한 소리.
쿵.
쿵.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침실 문을 살짝 열었다.
달빛 속에서 호접란이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화분째로, 일정한 리듬으로.
벽에는 거대한 보디빌더 같은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설마, 근육 운동하고 있어?”
움직임이 멈췄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호접란에는 눈이 없으니, 정확히 말하면 나만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피곤한 탓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육성 22일째――현장을 포착했다
다음 날 밤, 나는 자는 척했다.
오전 1시.
또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발소리가 나지 않게 거실에 다가가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호접란이 내 덤벨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어제까지 분명히 두 개 있었던 덤벨 중 한쪽을 잎에서 뻗어 나온 굵은 팔 같은 부분으로 잡고 있다.
뿌리는 화분 밖으로 뻗어 바닥을 단단히 딛고 있었다.
머리 위까지 들어올린다.
내린다.
다시 한 번 들어올린다.
폼이 예뻤다.
분하지만, 나보다 코어가 안정되어 있었다.
이윽고 호접란은 화분째 살짝 떠올랐다.
나는 말을 걸지 못했다.
키우고 있는 줄 알았던 식물이 한밤중에 내 운동 기구로 혼자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말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알려줬으면 좋겠다.
육성 28일째――동거의 규칙
그때부터 우리 사이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생겼다.
내가 깨어 있는 동안, 호접란은 평범한 식물인 척한다.
내가 잠든 뒤, 호접란은 훈련한다.
아침이 되면 덤벨은 원래 자리로 되돌려져 있다.
다만, 좌우가 뒤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바닥에 트레이닝 매트를 깔았다. 아래층에 대한 소음 대책이었다.
물의 양도 늘렸다.
프로틴은 그만두었지만, 호접란은 이제 스스로 셰이커 뚜껑을 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만뒀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차마 강하게 말할 수 없었다.
나 자신도 근력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
어제보다 한 번 더 들어 올리는 것.
조금만 더 버티는 것.
거울 속에서는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 오늘도 계속하는 것.
상대가 호접란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최고의 트레이닝 동료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된 것은 상대가 호접란이었다는 것뿐이었다.
육성 30일째――밖을 보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날 무렵, 호접란은 창밖을 향하는 일이 많아졌다.
뿌리는 화분 밖으로 뻗어 바닥에 닿아 있다.
지주대는 이미 역할을 잃고 굵은 줄기에 밀려 휘어져 있었다.
나는 큰 화분으로 분갈이할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홈센터에서 가장 큰 화분을 봐도 충분할 것 같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호접란에게 말을 걸었다.
“내일 같이 아침 러닝이라도 할까?”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호접란의 꽃잎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없는데 흔들렸다.
나는 조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육성 31일째――탈주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방이 밝았다.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커튼이 바람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바닥에는 흙이 흩어져 있고, 부러진 기둥이 나뒹굴고 있었다. 운동용 덤벨 하나가 창문 근처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방 중앙에는 텅 빈 화분 하나만 있었다.
“……어?”
흙 발자국이 창문까지 이어져 있었다.
인간의 발자국이 아니다.
뿌리다.
굵직하게 발달한 뿌리가 좌우로 번갈아 바닥을 박차고 간 흔적이었다.
나는 베란다로 뛰쳐나갔다.
최종 기록――호접란, 자유를 향해
있었다.
아침 햇살에 비친 주택가를 코초란이 달리고 있었다.
화분은 이제 없다.
두 개의 굵은 뿌리를 다리처럼 움직이며 거대한 잎을 팔처럼 휘두르고 있다. 하얀 꽃잎을 바람에 흩날리며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언덕길을 달려 내려간다.
빠르다.
매일 아침 러닝을 하는 나조차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잠깐! 물주기는 어떻게 할 거야!
나 스스로도 그 밖에 더 할 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호접란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대로 아침 햇살 속으로 달려갔다.
남은 것은 빈 화분과 한 짝만 남은 덤벨과 식물에게 추월당한 나였다.
육성을 마치고
그 이후로 호접란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공원에서 거대한 흰 꽃을 봤다는 이야기나, 이른 아침 하천변에서 식물 같은 무언가가 질주하고 있었다는 소문은 들었다.
혹시 지금도 어딘가에서 계속 단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빈 화분은 아직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도록.
다만, 다음에 돌아올 때는 프로틴이 아니라 일반 식물용 비료를 준비할 생각이다.
이번 육성에서 배운 점은 세 가지가 있다.
하나. 꽃은 애정을 주면 자란다.
둘째. 애정을 너무 쏟으면 자립한다.
셋째. 프로틴까지 주면 덤벨을 들고 탈주한다.
식물의 가능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아마, 크게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72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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