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 펼쳐놓은 잡지 위에 잘라낸 줄기가 쌓여 간다.
가위를 움직이다 보면 머릿속도 조용해져야 할 텐데.
오늘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 놈을 생각할수록, 뱃속이 까끌까끌해져 간다.
뭐가, “함께하지 않는 여백의 시간이 두 사람의 관계를 단단하게 한다”야.
그 녀석의 입가에서 엿보이는 하얀 이빨까지 떠오르니 더욱 화가 난다.
데이트는 언제나 뒷전이다.
그래서 함께 있을 때 그 녀석은 대개 땀에 살짝 젖어 있다.
큰 배낭에 꽂아 둔 셰이커에서 액체가 새는 일도 흔하다.
세면대 거울 앞에서 어깨를 틀어 등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기울이는 그 녀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목소리가 들려온다.
음, 작아지지 않았어? 어때?
알게 뭐야.
가위를 넣었다.
딱 하고 마른 소리가 의식을 꽃꽂이로 되돌린다.
줄기 하나를 너무 짧게 잘라 버렸다.
조금 망설였지만, 그대로 화병에 꽂는다.
가위를 내려놓고, 흩어진 줄기를 모으려다 손을 멈췄다.
줄기 아래에서, 햇볕에 검게 그을린 벌거벗은 남자들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빡쳤다’라고 유난히 큰 글자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혀를 찼다.
Q. 과거의 저입니다. 마초인가요?
↓ 제 살롱은 여기입니다 ↓
↑ 제 살롱은 이곳입니다 ↑
#마초화도 #매주쇼트쇼트note #쇼트쇼트 #단편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18청크
원문 보기 | 출처: no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