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토코는 언제나』를 봤다.
이렇게 가슴이 뛴 영화는 오랜만이라 점점 빠져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한 권쯤은 자신의 책을 쓸 수 있다.”
영화관을 나와 여운에 잠긴 채, 이 대사가 몇 번이고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이야기인가—.
역까지 걸어가면서, 머릿속에서는 ‘나의 이야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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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우리 집 외아들이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자취를 시작하고, 만날 때마다 어른스러워지는 아들.
부모로서는 기쁜 마음 반, 쓸쓸한 마음 반이다.
……외로워?
뭔가 다르네.
함께 웃고 울며 보낸 찬란한 나날들. 마치 결승 테이프를 끊은 듯한 느낌이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그런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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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물건을 정리하다가 A4 노트 2권을 발견했다.
표지에는 '나의 육아 일기'라고 쓰여 있다.
23년 전, 출산했던 병원에서 퇴원할 때 받은 2권의 노트.
그러고 보니, 1살이 될 때까지 매일 썼었지.
오랜만의 재회.
뭐라고 써 있었던 거지? 천천히 노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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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의 시작은 퇴원한 날이었다.
생후 5일째. "수유를 했지만 잘 먹지 못해 1시간 반이나 걸려서 크게 울었다"
계속 읽어 나간다.
아침부터 엉엉 울었다. 열도 없고, 덥지도 않고, 기저귀도 괜찮았다. 아까 마신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분유를 주자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낮밤이 바뀌어 버려서 밤에 좀처럼 잠들지 않는다. 나는 비몽사몽이다”“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잘 먹었다”“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너무 깊숙이 넣어 헛구역질하고 있다ㅋㅋ”
그리고 3개월이 지날 무렵.
“밤새 푹 잘 수 있었던 건 처음이야! 숨 쉬고 있어? 괜찮아? 하고 걱정될 정도였어” 점점 성장해 가는구나.
어라, 생각보다 아들 이야기뿐이네.
읽기 전에는 23년 전 나 자신의 고민이나 그 당시의 마음을 찾아보려 했는데, 적혀 있는 것은 아들의 하루, 또 하루였다.
나는 매일 이렇게나 아들을 보고 있었던 거야. “제발 자라 생각하면서 달랜다. 잤나 싶어 살며시 침대에 눕히면 번쩍 눈을 뜨고 울기 시작한다. 다시 안아 든다. 정작 울고 싶은 건 나다.”
처음으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처음 하는 육아에 서투르면서도,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기뻐하고 있다. 그런 매일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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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계속 넘기다 보니 한 가지를 깨달았다.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내 글씨가 몹시 흐트러져 있다. 잠이 부족했던 탓일 것이다. 마음에도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 당시의 내 상태가 글씨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런데 반년이 지난 무렵부터는 점점 읽기 쉽고 가지런한 글씨로 바뀌어 갔다.
아들의 성장과 함께, 나도 조금씩 부모가 되어 왔구나.
일기에는 아들의 하루하루에 일희일비하며 그저 성장을 바라는 말들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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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기를 지나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생이 되어 맞이한 반항기.
고등학교 때는 테니스에 푹 빠져 있었다.
대학에서는 해외 봉사활동도 경험했다. 그 하나하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
그리고 지금, 사회인이 된 아들은 내 손을 떠나 자신의 발로 인생을 걷기 시작했다.
긴 영화를 다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길러진 것은 부모 쪽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인생을 체험하게 되었다.
많은 것을 배우게 해 주었다.
그때 육아일기에 적어두길 잘했다. 그 시절부터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했었구나.
설마 23년 뒤에 note 기사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육아도 일단락된 지금, 앞으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것 같은 설렘이 있다.
그런 내 안테나가 반응했다.
예전부터 기대하던 영화
『사토코는 언제나』
각자의 인생을 걷는 3명의 사토코가 쓰기를 통해 인생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야기.
나는 지금 3명의 사토코처럼 '쓰는 것'에 푹 빠져 있다.
15세의 사토코가 망상에 잠겨 글을 쓰는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단숨에 '사토코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자신의 세계에 몰입해 설레는 마음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며 꼭 맞는 말을 찾아간다. "아, 지금의 나와 똑같구나."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사토코와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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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를 시작하기 전, 쓰는 것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써보니,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안에는 수많은 조각들이 잠들어 있다.
잊고 있었던 것.
옛날의 내가 소중히 여겼던 것.
그때는 깨닫지 못했던 마음.
글을 쓰면, 그것들이 하나씩 얼굴을 내민다.
그것을 재발견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
나는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몰랐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앞으로는 여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글을 쓰는 시간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싶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조각들이 “여기 있어”라고 말하듯 발굴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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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32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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