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처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80억분의 1’. 저도 플레이했습니다.
정말 굉장한 게임이었어요. 조금 감상적인 기분이 들고, AI라서만 가능했던 게임의 형태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솔직히 엄청나게 잘 만들었다 생각했습니다. 통계 데이터를 시뮬레이션이라는 형태로 녹여내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삶을 상상하는 거죠. 그런 경험을 게임으로 구현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반면에, 약간의 두려움도 느꼈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있는 것이 정말 그 사람의 삶인지, 시뮬레이션 결과와 그 근거가 된 데이터가 정확한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으며 검증도 하지 않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현된 누군가의 삶을, 마치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에 재미와 동시에, 묘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정말 굉장한 게임이라는 생각과 함께, 음… 과연 이게 무슨 의미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를 마치고 하루가 좀 흘렀습니다. 계속 머릿속 한켠에 걸려있었는데, 어느 순간, 드디어 자신의 감정에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바로 “혹시 나도 이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질투심이 컸던 거죠. 아이디어만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자기 스스로를 생각하는 어리석은 질투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디어를 나만의 방식으로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점의 아이디어의 위대함은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내가 만든 게임은 어떤 모습일까,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면 어떤 경험이 될까,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에 출시한 게임 『이 땅에 태어나』입니다.
이 땅에 태어나
『이 땅에 태어나』는 1977년부터 2007년 사이에 태어난 한 아이를 키워가는 게임입니다. 배경은 세계가 아닌 일본입니다. 자신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녀를 키우는 것이죠. 게임을 시작하면, 아이가 태어난 해, 성별, 태어난 지역, 그리고 부모의 소득 수준 등이 결정됩니다. 플레이어인 당신은 그 조건을 선택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아이가 자립할 때까지 (자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키워가는 것이죠. 당연히, 아이는 부모의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성장해 나가면서 다양한 행동을 하고, 선택을 하며, 때로는 부모의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그럴 때,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 줄까요. 아니면 의도적으로 거리를 둘까요. 무엇인가를 권유할까요, 아니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할까요. 그렇게 선택을 반복하면서, 아이의 인생에 관여하게 됩니다. 이 게임에서 시도해 보았던 것은, 통계에 기반한 시뮬레이션과, 플레이어 스스로의 자녀 양육 선택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였습니다. 태어난 시대나 지역, 가정의 경제 상황과 같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조건이 그 이후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그리고 부모의 선택이 그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입니다. 물론, 현실의 인간의 삶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가지 요소를 게임 안에서 다루면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았던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통계적으로 인생을 다루고 개인의 삶을 경험하는 것
80억분의 1’이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이 땅에 태어나’는 일본을 배경으로 합니다. 우리가 살아왔던, 혹은 살아갈 세계. 알고 있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알지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태어난 시대가 다르다면, 당연한 것 또한 다릅니다. 자란 땅이 다르다면, 보이는 풍경 또한 다릅니다. 가정 환경이 다르다면, 선택할 수 있는 길 또한 달라지겠죠.
같은 일본에 태어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한결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들만의 가까운 세계를 소재로 삼을 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을 만드는 데 중시했던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지닌 고유성입니다. 통계 데이터를 활용하여 삶을 시뮬레이션한다는 것은, 무수히 많은 삶을 어느 정도는 집약하여 다루는 것과 같습니다. 통계적으로 어떤 경향이 있는지, 어떤 조건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기 쉬운지를 모델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삶은 오직 하나밖에 없습니다. 어떤 조건 속에서 태어나, 무엇을 경험하고, 누구와 만나고, 어떤 선택을 했는가. 그것들이 쌓여서 그 사람만의 삶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통계에 의해 그려지는 삶과 단 한 사람의 인간이 살아가는 삶, 그 사이의 것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만, 이것은 만들면서 생각했던 것들도 있었고, 실제로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통계적으로 그럴듯한 인생을 생성하는 것과 누군가의 인생을 경험했다고 느끼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걸까요.そもそも, 메울 수 있는 것인지조차 의문입니다. 『80億分の1』을 플레이했을 때 느꼈던 재미와 공포는 이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머릿속 한켠에 남아 있었습니다.
오마주를 위해 다른 게임을 제작한다
이 땅에 태어나서 ‘80억분의 1’이 영향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작품을 그대로 베끼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으므로, 비주얼과 UX 등 부분은 최대한 차이를 두도록 의식했습니다. 영향을 받은 작품의 DNA와 같은 요소를 일부 남겨두되, 다른 형태로 재탄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치 오마주와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통계나 시뮬레이션을 다루는 방식이 아무리 유사하더라도, 소재와 플레이어의 입장에 따라 경험은 달라져야 합니다.
『80億分の1』에서는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누군가의 삶을 상상하며 생각을 거슬러 올라간다. 반면 『この土地に生まれて』에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조건 속에서 태어난 아이를 키우고, 그 삶에 관여해 간다. 이러한 차이가 단순한 소재의 차이로 그칠 것이 아니라 게임을 조작하는 듯한 느낌의 차이를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참고로 저자 분께서는 이렇게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드린 것입니다. 현재는 우선 보고 단계에 해당하며, 만약 문제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면 즉시 공개를 취소할 계획이다.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기 때문에 그 작품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으려 한다.
릴리즈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점으로는 ‘80억분의 1’에서 배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출간 이후의 태도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출간 후에도 많은 피드백을 받으면서 디버깅과 수정을 거듭해 가시고 있습니다.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즐기는 사람들의 반응을 받아 조금씩 더 좋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저 또한 그런 태도를 소중히 하고 싶습니다. 게임은 만들고 있는 측면만으로는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많습니다. 스스로는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행동이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웠거나,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재미를 느껴주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통계나 시뮬레이션을 다루는 게임에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으로 전달되는지도 중요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 대응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플레이해주신 분들로부터 감상이나 문제 보고를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수정하고 개선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바로는 ‘이 땅에 태어나서’를 출시했습니다. 우선 실제로 플레이해 보시고, 느껴지시는 것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재미있었던 곳이든, 신경 쓰이는 곳이든, 어색했던 곳이든 모두 괜찮습니다.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경험이 어느 정도까지 전달될 수 있는지,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 플레이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
그것을 알게 되는 것까지 포함하여 이 게임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12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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