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사랑했다. 정육각형 방 바닥에 물건이 없는 것을, 시야를 가리는 색채나 굴곡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있어서 그것들은 단순한 인테리어 취향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지성과 자제력이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다는 증거였다. “소유는 정신의 지방과 같다”가 남자의 흔들림 없는 신념이 아니었을까.
남자의 소지품은 극히 적었다. 업무용 노트북과 작은 책상, 얇은 덮개로 된 이불 한 벌. 그리고 회사의 규정에 따라 버릴 수 없는 몇 년 분량의 업무 서류. 그것뿐이었다. 서류 뭉치들이 옷장 아래쪽 절반을 꽉 채우고, 위쪽 절반에 몇 벌의 모노톤 옷들을 걸어 놓으면 남자의 개인 소지품은 공간 전체의 20퍼센트에도 미치지 않았다. 남자의 방은 모든 불필요함을 없앤 수도원처럼 고요했다.
반면 아내는 정반대 성격의 사람이었다. 아내의 방은 발 한 번 디딜 틈 없는 물건으로 가득 찬 창고였다. 바닥의 80퍼센트가 갈색 판지 상자 산으로 덮여 있었다. 오래 전에 입지 않은 옷, 학생 시절의 노트, 온라인 쇼핑 상품, 언젠가 쓸지도 모를 생활용품의 비축물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방을 지나갈 때마다 경멸과 연민이 뒤섞인 한숨을 쉬었다. “물건에 집착하고 공간에 임대료를 계속 낼 줄 아는 안타까운 인간이구나.”
어느 초가을 주말, 두 사람은 방 교환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내가 남향의 넓은 방을 원하는 바람에 남편은 흔쾌히 승낙했다. 남편에게 방의 가치는 ‘전파 수신 가능 여부’, ‘컴퓨터 책상 놓을 공간’, ‘이불을 깔 수 있는 공간’ 세 가지로만 결정되는 것이었다. 햇빛이나 넓이 등, 집착할 만치도 소소한 조건들이었다. 어떠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합리적인 자신을 연출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남자의 이동은 30분도 채 안으로 끝났다. 책상과 침구를 옮겨 놓고, 서류와 옷을 수납장에 정리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대로, 새로운 거점의 설치는 깔끔하게 완료되었다.
하지만 아내가 방을 나가는 짐은 어찌되었던가. 아내가 새로 이사 간 집――즉, 남편의 전 부인 집――은 순식간에 짐으로 가득 찼고, 들어갈 수 없었던 판지 상자들이 남편의 새로운 방 구석으로 밀려 들어갔다.
그 수는 약 이십여 상자였습니다.
작업이 끝난 시, 남자의 새로운 방에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앞에는 최소한의 장비만 갖춘 합리주의자의 거처. PC 데스크와 침구가 깨끗한 정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 벽際には――. 갈색 판지 상자가 천장까지 깔끔하게 쌓여 있어 기괴하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미니멀리즘 방에 갑자기 나타난 20개의 스토리지 큐브. 남성에게는 자신의 신성한 영역에 생성된 “미스터리한 고대 유적”이자, 감히 정의할 수 없는 “미검진 유물군”이었다. 소유주: 아내. 개봉 권한: 없음.
더욱 끔찍한 일은, 소유주인 아내 자신조차 그 내용물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남자가 상자를 가리키자,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모르겠어.” “그 다음 이 것은 뭔가요?” “아마 옷일 거예요.” “아마?” “틀렸을 수도 있어요.”
남자는 절망감을 느꼈다. 내용물을 알지 못한 채 무거운 큐브를 옮겨 다니며 보관했고, 공간을 압박하게 만들었다. 롤플레잉 게임이라면 절대로 만져서는 안 되는 저주받은 함정 오브젝트였다. 그 큐브는 남자에게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생활 공간을 침해하는 ‘방해물’일 뿐이었다.
남자는 밤, 어두운 방 안에서 그 갈색 산을 응시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미개봉의 너에게. 너희는 왜 거기에 쌓여 있는 거냐. 열어 보지도 않고, 무시하지도 않고, 그저 어둠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 열 필요가 없는 것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든 현실의 삶에 한 마리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지. 너희는 소유의 시체이자, 낭비의 기념비인 것이다.
아내는 “매주 주말마다 한 상자씩 집을 확인하고 가져온다”라고 약속했다. 몇 주가 지나면서 아내가 가끔 한 상자를 들고 집을 나서는 것을 남편은 “遺跡の発掘が進んでいる”라고 냉담하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발굴의 속도는 너무나 느리게 진행되었다. 남편의 집 안쪽에는 여전히 10여 상자나 되는 판자들이 계속해서 남아 그의 시야를 가렸다.
어느 일요일, 아내가 혼자 마트에 나갔다. 남편은 방 안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 보았지만,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뒤에서 밀려오는 개봉하지 않은 상자들의 무게에 “왜, 내용물도 알지 못하면서 후손까지 보존해야 하는 걸까?”라며 분노가 치밀했다.
남자는 서랍을 열었고, 은색 칼을 들었다. “아내가 열 수 없다면, 내가 열어주겠다. 내용물이 무가치한 쓰레기라는 것을 증명하고, 전부 쓰레기장으로 버리겠다.”
남자는 가장 앞쪽 상자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가위날을 뻗어 중앙의 크라프트 테이프에 찔렀다. 썰렁하면서도 기분 좋은 저항감과 함께 테이프가 끊어지고, 남자는 상자의 네 면을 열었다.
버퍼링재로 낡은 신문을 제거한 남자는 찌푸린 미간을 했다. 검은 가죽으로 덮인, 한 권의 두꺼운 앨범이었다.
그 남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페이지를 펼쳤다. 그곳에는――그 남자의 고등학교 시절 사진이 붙어 있었다. 교복을 입고 어색하게 웃는 풋사과 시절의 그 남자. 남자의 심장이 쿵, 하고 불쾌한 소리를 냈다. (왜지……?) 그것은 다섯 년 전, 그 남자가 미니멀리즘에 눈을 떴을 때, 쓰레기 봉투에 걷어つけた 듯했던 앨범이었다. 앨범 아래에는 그 남자가 대학 졸업 때 버렸을 터인 졸업 논문 사본. 더 아래에는 그 남자가 한때 열심껏 모아, 아까워하지 않고 버렸을 옛 영화의 반권 뭉치였다.
남성은 당황하여 두 번째 상자 쪽으로 뛰어갔다. 테이프를 거칠게 찢어 가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남성이 이전 회사를 그만둘 때 “형식적인 의리 덩어리”라며 버렸던 동료들로부터 받은 감사 서열 색지들이 들어 있었다. 세 번째 상자를 열었다. 남성이 “전자 데이터로 충분하다”고 오래된 서적 가게에 팔았던, 스승의 서명까지 받은 단행본. 네 번째 상자. 남성이 “자리만 차지한다”며 버린 고조할아버지의 유품으로 쓰던 만년필과 어린 시절 그렸던 그림.
남자는 숨을 멈추고, 핏기 없는 눈으로 가위를 휘둘렀다. 다섯 번째 상자, 여섯 번째 상자, 일곱 번째 상자, 열 번째 상자――. 테이프를 찢는 듯한 삭막한 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광기처럼 울려 퍼졌다.
아내의 개인 물건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열여섯 개의 상자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던 것은 남자가 지금까지 인생에서 ‘쓸모없다’, ‘합리적이지 못하다’, ‘불필요한 贅肉’라고 포기해 온 자신의 과거 유물, 기억의 잔해, 한때 살아있었다는 증거들이 전부였다.
카차리, 문 밖 닫는 소리가 들렸다. 장보러 갔던 아내가 남편 방 앞에 나타났다. 바닥이 온통 흩어진 택배 상자 더미와 그 가운데 굳게 다리를 뻗고 주저앉은 남자를 보자, 아내는 당혹감도 없이 그저 조용히 발을 멈췄다.
남자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흩어진 사진과 서류를 가리켰다. “이건 대체 무슨 일이지? 내가 버린 게 전부 여기 있는 거야? 넌 대체 무슨 짓을 위해 이런 걸 숨겨왔어!”
“당신이 전부 버렸기 때문이에요.” “버렸어요!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이니까, 내가 스스로 버린 거니까!” “그래요. 당신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일 거예요.”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걸 전부 버렸다면 당신이라는 사람이 처음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될 거예요.”
남성의 목소리가 멎었다.
아내는 방 구석에 남자의 “성을” 가리켰다. “저기 보세요. 당신의 짐은 노트북, 이불, 옷이 몇 벌 정도. 그것뿐이에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이 마침내 나타나 오늘부터 그 자리에 앉아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당신에게 당신이란 존재를 증명할 만한 것이 한 조각도 남지 않았어요.”
남자의 뇌리에는 차가운 얼음물이 꿰뚫린 듯했다. 그는 “무駄를 깎아내린 합리적인 인간”처럼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를 버리고, 인간 관계를 버리고, 감정의 격동을 버리고, 그저 공허한 상징으로 자신을 깎아내기만 했던 것이다. 남자가 “공간의 20퍼센트밖에 없는 완벽한 성”이라고 자랑했던 곳은, 누구의 흔적도 없는, 그저 차갑고 황량한 진공 지대였을 뿐이었다.
아내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묘한 깊이가 있었어. “방을 바꿔서 정말 좋았어. 제 방에 두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워. …어서 돌아오세요. 당신의 인생이 드디어 당신의 방으로 돌아온 것 같네요.”
아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굳게 닫았다.
(종료)
2023년 1월 26일 16:30 부록
그러게 며칠 전 읽었던 ‘너, 별처럼’에 대한 감상을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존재 의미를 묻기 시작하고, 그 답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과거의 선택을 되짚어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해 나갑니다.
작가 히노 사치코의 말처럼,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길을 잃고, 고민하며 고통받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발견하는가”라는 질문이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당신이 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찾는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좋아하는 것에 의심하고 당황하는 당신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소중히 여깁니다.
이 소설은 독자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며, 자신만의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데 매우 통찰력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회의 가치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이 소설을 읽고 다시 한번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하며, 자신만의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는 것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다음 기획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꼭 참여해 주세요.
존경하는 문예부 여러분, 미개봉 상자.
30분 안에 작성하여 100 스킬을 넘는 단편 소설 제작 요령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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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쉼표》 모음 『마도로미 디스토피아』
자녀 양육 4컷 만화 『매일이 마법, 가끔은 철학』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22청크
원문 보기 | 출처: no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