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마케팅]마케터가 마케팅 하고 싶은 책(마케터는 마법사가 아니다 18째 이야기)
게시판: 자유게시판 | 작성자: tachikoma43 | 작성일: 2026-09-15T11:57:22.501Z
ㄴㅇ 마케터가 마케팅 하고 싶은 책
지금부터 하는 모든 얘기는 조심스럽지만 필요한 부분이고,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 판단이기에 출판사들의 전체적인 방향은 아니니, 참고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다.
투고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그 간절함과 기대감에 있어 상이하게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투고를 하는 사람은 평생 꿈인 책 한권을 내기 위해 온갖 고뇌의 사선을 넘어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원고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어디로 보내야 할지, 또 무슨 내용을 써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기에, 혼자서 몇날 며칠을 끙끙 거리다가 어렵게 출판사에 보냈을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보내고 나면 야속하게도 아무 연락 없이 깜깜 무속식인 출판사들이 태반일 것이다. 출판사의 연락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혹시 메일이 안 보내졌나?’ 수신함을 수십 번 확인하고, ‘혹시 내 원고가 형편없어서 다시 연락이 안 오나?’라고 자신을 탓하는 지경까지 도달했을 것이다. 그러다 끝까지 연락이 오지 않으면 쿨하게 자비 출판으로 경로를 바꾸게 된다.
‘꿈꾸는 책공장’이라는 까페에 가입하고 나서 수많은 글귀 들 중에서 내게 제일 먼저 눈에 띈 글귀가 있다. ‘자기 책 한 권 내시려고 출판사를 창업하신다면......’ 공감되는 말이어서 생각보다 손이 빠르게 클릭해 버렸다. 까페지기님이 쓰신 엄청나게 상세한 글들을 보며, ‘이런 방법으로도 설득 할 수 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출판에 몸 담은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 나에게는 모르는 것보다 아는 내용들이 많아 ‘맞아. 그렇지. 이런 것도 있네.’ 정도로 보이지만, 출판을 처음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스크롤 압박으로 당장 응급처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배우고 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책 한 권 내려고 그 모든 것을 배우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혹시나, 혹시나 해서 굳이 덧붙이면, ‘나는 달라. 나는 3권까지는 출판 할 거야! 나에겐 계획이 다 있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은 번거롭더라도 다시 그 글을 읽고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하길 바란다.
반면에 투고를 받는 사람은 출판사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에 수십 개의 투고 원고를 받아 그 모든 원고를 읽고,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투고 원고에 대한 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회사나 그런 잉여 자원이 있는 출판사는 없다는 게 가슴 아픈 현실이다. 더러 담당자가 있어도 본업무의 차질을 주지 않는 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꼼꼼히 살피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원고 전체의 내용 보다는 저자의 스펙이나 팬층, 제목과 컨셉, 차례를 보고 단숨에 결정해 버린다.
출판사의 투고 담당자는 특별성(스펙이나 팬층)이 있는 저자를 제외하고 컨셉이 명확하고 공감되는 원고를 골라 회의에 올린다. 그러나 보통 출판사에서는 에이전시를 통해 해외에서 이미 스펙이 검증된 원고를 비싼 값에 사기 위한 회의에 몹시 바쁘기 때문에, 국내에서 투고된 원고를 심도 있게 보려고 시간을 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로 출판사로 들어오는 투고의 대부분이 자신의 인생 경험담을 쓰는 경우가 많고,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쓰시다가 내용이 삼천포로 가시거나, 전체적인 문맥이 잘 맞지는 않는 분들이 많다. 컨셉이 명확하더라도 이런 원고는 출판사의 손이 많이 간다. 출판사는 윤문이 필요없는 완성된 원고를 원한다. 출판사의 편집자가 저자의 원고를 하나하나 윤문한다면,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손실이 많아지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이런 원고들을 빠르게 걸러낸다. 그로인해 투고된 원고들이 책으로 출간 될 확률은 더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문맥에 맞게 쓴다면, 수많은 출판사에서 선택 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대형 출판사에서 있던 어느 해 8월 마지막 31일에 10권의 책을 동시 배본한 적이 있었다. 회사의 당월 매출을 맞추려는 영업부의 협박과도 같은 독려와 편집부의 심드렁한 협조로 이루어낸 엄청나고 기이한 날이었다. 출판사 영업자(마케터)는 2개의 온라인 서점 미팅을 하려면 40권(서점당 2권 또는 3권 * 서점 2곳 * 10종) 이상의 의 책을 들고 다녀야 하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10권의 도서 중에서 2권은 이미 회의를 했던 전략 도서였다. 나머지 8권의 도서를 들고 팀장님과 이과장님과 나와 마케팅부 회의를 했다.
“자! 전략도서 얘기는 이정도로 마무리 하고, 나머지 8권의 도서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말해보도록 합시다.”
“나머지 8권은 자기계발 2권, 인문 3권, 경제경영, 취미, 자연과학이 각 1권씩 있습니다. 주력도서 2권이 자기계발이라서 나머지 2권까지 밀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과장님 생각과 같은데요. 근데 그 중 자기계발 1권이 국내 저자인데 팬층도 다수 확보하고 있어서 초기 판매도 예상됩니다.”
“그럼 자기계발은 조금 힘들겠지만, 외서 빼고 3권까지 밀도록 하자. 온라인 노출은 주력도서가 무조건 탑 가야하고, 국내서는 웰컴 어디라도 좋아. 노출만 시켜줘. 매장 진열은 4:4:2로 간다. 알겠지?”
“인문은 3종인데, 그 중에서 다른 두 종의 도서에 비해 컨셉이 명확한 책이 한 권 있습니다.”
“김과장님! [하버드 000 00] 말씀 하시는 거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명한 저자는 아니지만, 이런 컨셉의 비슷한 유명인의 책이 많이 판매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셋의 생각이 일치하는군. 그럼 나머지 두 권은 분야 노출 정도만 하고 이 책으로 밀어. 대신, 자기계발 메인 노출과 겹치지 않도록 조율하도록 하고.”
“그럼. 주력 도서 이번 주에 웰컴 탑에 노출 하도록 하고, 겹치지 않게 다음 주 금요일에 인문 책 노출 하도록 하겠습니다. 매장 유료매대에는 이 책으로만 진열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케이 여기까지. 자 다들 출발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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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cafe.naver.com/ca-fe/cafes/12093390/articles/88219
작성자: 새로운바람 · 2020-01-15 05:5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