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마케팅]빅데이터 마케팅(마케터는 마법사가 아니다 16번째 이야기)
게시판: 자유게시판 | 작성자: tachikoma43 | 작성일: 2026-09-15T11:57:23.562Z
빅데이터 마케팅
출판 마케팅에서 숫자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판 마케팅 입문 3년차가 되던 해에 대형 출판사로 이직하여 대표님과 마케팅팀이 미팅을 할 때에 나는 무척 당황했었다. 그들은 분명히 1443년 세종대왕이 반포한 한글을 내뱉고 있었지만, 출판 마케팅 경력이 3년이나 된 나는 그들의 말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또 대화중에 도통 알 수 없는 숫자들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날카로운 창으로 모습을 바꾸어 내 머리를 찌르는 것처럼 아프게 했다.
“자, 시작하지.”
“아동 단행본 팀 박00 팀장입니다. 이번 [마법사 초등 만화] 1차 입고는 한국에서 10만부, 2차 입고는 중국에서 10만부 총 20만부입니다. 서점 측에서 요청한 수량은 총 15만 7천부가 넘습니다. 서점에서 요청한 수량과 실제 소화 가능한 부분을 판단해서 30% 감소하여 3월 4일 수요일에 1차 10만부를 배본할 예정입니다.”
“그럼 K문고 종합 1위는 언제쯤으로 예상하지?”
“제 생각으로는 3주차 정도에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박팀장. 숫자로 말해야지.”
“아! 네! 죄송합니다.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현재 K문고 종합 1위 수량은 4천 5백부입니다. 저희 신간이 3월 4일 수요일에 배본되어 판매되면, 3월 10일까지 판매량은 3천부로 종합 3위부터 시작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첫 주와 다음 주에 모든 마케팅을 집중한 결과를 예측하면 6천부 정도 이상 판매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3월 19일 목요일에 종합 1위로 발표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상입니다.”
“그래. 모두 고생해서 준비한 마케팅이니까 더 힘내서 실수 없이 잘 진행하도록 하세요.”
무슨 책을 초판부터 저리 많이 찍는 건지도 너무 신기했지만, 도대체 저 숫자들이 의미하는 게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그들의 말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모두 적기 시작했다. 예전에 인쇄과를 들어가 인쇄를 공부할 때에도, 처음에는 알 수 없는 말들이 너무 많아 힘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알게 되었던 것처럼 더 빠르게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모두 적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된 시간이 흐르고 흘러 3개월 정도가 지나자 원어민의 말이 들리듯 조금씩 그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마케터는 숫자로 말한다.’라는 말을 꼼꼼히 되새겨 보면서 ‘내가 회의에서 숫자로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날 며칠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 고민의 답은 바로 데이터였다. 내가 알 수 있는 알아야 하는 모든 데이터를 머릿속에 입력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는 최근 가장 많이 판매되는 도서 100종을 조사하기로 했다. 출간 3개월 동안 거래처로 나간 출고량부터 월별 출고량과 누적 출고량을 분리해서 정리하였다. 거래처별 점유율을 조사해서 전체 점유율과 분야별 점유율을 정리하였고, 최소한 100종의 도서들의 서점 출고량을 모두 외우려고 노력했다.
“최팀장!”
“네. 이사님”
“[죽을 때 기억나는 25가지] 얼마나 출고 됐지?”
“아. 잠시만요. 누구 아는 사람 없냐?”
“이사님. 어제까지 17만 4천 700부 정도 출고 되었습니다.”
“아. 그래? 많이 나갔네. 요즘은 얼마나 나가지?”
“최근 한 달에 500부에서 600부 정도 출고 되고 있습니다. 대형서점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700부까지 출고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케이. 아주 좋아. 김대리 편집부 가서 에세이팀 오라고 해요. 기획회의 하게.”
내가 말해놓고 내가 신기했다. 잘난 척 하는 것 같아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사님이 여쭤보니 빨리 답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후 외서 기획 미팅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책은 전작 판매가 괜찮았던 걸로 아는데. 10만부 이상 나가지 않았나? 마케팅부 의견은 어떠세요?”
“그 도서는 저희 책 중에 [000 00]이라는 책과 출간 시기가 비슷하고, NO24 서점 판매지수가 비슷해서 유추해보면, 3만 부 정도 판매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럼 다른 도서들의 총 판매 수량도 추정이 가능한가요?”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우선 가장 간단한 방법은 거래처 매출 점유율을 통해서 판매 수량을 알아보는 방법입니다. NO24 서점은 전체 거래처 매출에 15% 정도의 매출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NO24 서점 판매지수는 비공식이라서 그 공식을 알 수는 없지만, 보통 6개월 이내 에 도서가 1부가 팔리면 판매지수가 60이 올라갑니다. 해당 도서의 현 판매지수를 60,000이라고 하면, 1,000부가 판매되었다고 유추합니다. 그리고 NO24 서점의 매출 점유율을 가만하여 7을 곱하면 7,000부 정도 판매 된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변수도 존재합니다. 주 매출처가 서점이 아니거나, 대량 구매가 있었거나 하면 판매지수 보다 더 많이 판매 되었을 겁니다.”
마케팅에서는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지키거나 올리기 위해서 순위에 있는 판매 숫자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책이 K문고 자기계발 분야 16위에 있다고 하면, 차주에는 반드시 15위 안으로 안전하게 들어가기 위한 마케팅을 해야 한다. 서점마다 베스트셀러 분야 진열 순위가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서점들은 15위까지 추가 진열을 해주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에 추가 진열된 도서들은 유료 평대보다 더 좋은 효과를 주기 때문에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도서의 판매량이 200부라면 15위와 14위가 몇 부인지 알아야 한다. 꼭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 16위에서 1위로 만들기 위해 과도한 비용으로 마케팅을 하게 되면 무리한 지출로 인해 회사에 출혈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위의 숫자를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출간 되어 베스트가 되었던 이전 책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 도서들이 순위가 오르고 있을 때, 수량이나 순위들을 꼼꼼히 모두 기록해 두었기에 대략적인 숫자를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많이 다르겠지만, 종합 1위는 주간 판매량이 최소 4천부 이상이었고, 2위는 3천부 전후였고, 3위는 2천 5백부 전후였다. 틈틈이 기록하고 기억하면 숫자로 말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마케팅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부 초청 강사의 초청 강연이 있던 아침이었다. 모든 직원들은 하던일을 잠시 내려놓고, 지하에 있는 대강당으로 모였다. 나는 얼마 전 있었던 업무분장으로 새롭게 아웃파크를 담당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하는 온라인 서점 담당이어서 많이 긴장되었고, 모르는 것 투성 이였다. 조직원이 많은 큰 회사는 개인주의가 팽배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누구도 내게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 주지는 않았다.
강연이 시작하기 남은 시간에 나는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자네, 지금 뭐하는가? 그림 그리고 있나?”
“아!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네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지?”
“네. 얼마 전에 영업팀 업무 분장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아웃파크를 담당하게 되어서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모든 페이지를 상세히 그리고 있습니다.”
“흠. 그래 좋은 성과가 있길 바라네.”
아웃파크에 있는 메인페이지를 그리고, 분야별 페이지들을 20개 정도 그리고, 상단, 중단, 하단 신간 노출을 그리고, 이벤트 코너를 그리면서 왜 MD들이 이런식으로 노출을 하고 있는지, 왜 광고가 여기에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는 신간 미팅을 가면 신간과 비슷한 테마가 있는 곳에 우리 도서를 추가 노출해 달라고 요청을 한다. 그 MD가 만들어 놓은 테마명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술술 말하면서 너스레를 떤다. MD는 생각해보겠다고 했지만, 웬만하면 노출이 되었었다.
나는 대형출판사로 이직해서 7시 이전에 출근하려고 노력했다.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한 나를 조금이라도 보충하기 위해서 조금 더 일찍 일어났다. 나를 위한 일이었기에 고되거나 힘들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선한 목적으로 하는 선한 행동에는 생각지도 못한 부수적인 기쁨들이 함께 온다. 일찍 출근하는 대표님과 새벽을 함께 했었고, 늦게 오는 팀장님의 부탁을 들어주는 훌륭한 후배가 되었고,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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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cafe.naver.com/ca-fe/cafes/12093390/articles/87621
작성자: 새로운바람 · 2019-12-16 03:3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