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마케팅]타이밍과 임기응변(마케터는 마법사가 아니다 15번째 이야기)
게시판: 자유게시판 | 작성자: tachikoma43 | 작성일: 2026-09-15T11:57:24.048Z
타이밍과 임기응변(臨機應變)
출판에는 여러 가지 타이밍과 임기응변이 존재한다. 그 중에 마케팅에서 볼 수 있는 타이밍과 임기응변에 대한 얘기를 잠시 하려고 한다. 마케터는 항상 머릿속에 손익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모든 업무에서 손익에 대해 따지고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요 거래처에 고위 간부급이 갑자기 미팅을 하자고 해서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처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회사에 손익을 따져야 한다. 정신 못 차리고 ‘예예’ 하다가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아 팀장님. 요즘 책이 잘 나가서 기분이 좋으시겠습니다.”
“네. 덕분에 감사합니다.”
“근데, 이번에 최근 거래 내역을 보니까, 공급율이 너무 하시더라고. 이러시면 회사에서 제가 많이 난처해져요. 아시잖아요? 게다가 주문도 이렇게 많이 하는데 출판사만 이익이 있고, 도대체 우리는 뭡니까? 계속 이런 식이면 저희도 곤란합니다. 그러시지 마시고 공급율을 좀 조정하죠?! 매출도 필요 하실 텐데. 뭐 한 만부정도 할게. 더 필요해?”
“아. 저도 그러고 싶긴 한데, 회사 대표님이 공급율을 조정하는 걸 너무 싫어 하셔서 말입니다. 제가 이전에도 여러 번 제안을 드려보긴 했었습니다.”
“그래서, 못하시겠다고?”
‘아. 시베리안 허스키. 초면인데, 밥공기 몇 개 더 드셨다고, 혀가 무지 짧으시네.’라고 아주 잠시 생각한 후에 ‘이 사람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줄 수 있는 피해가 있을까?’ 라고 생각해 봤다. 그리고 그에게 대답을 했다.
“네. 부장님 다시 말씀은 드려 보겠지만,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그만 가봐요. 내가 대표님하고 따로 말할 테니까.”
회사로 그 부장의 전화나 방문은 없었다고 한다. 사실 출판사에서 마케팅 팀장으로서 공급율에 대한 권한이 내게 있었기에, 굳이 대표님에게 보고 드릴 필요도 없는 상황 이었지만, 상대가 좋은 조건을 제안해 주면서 달라는 것도 아닌데, 공급율을 싸게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일로 출판사 대표님은 내게 칭찬을 해주셨다. 왜나하면 그 서점만 계산해 봐도 나의 강직한 결정으로 8천만 원의 이익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전에 대형서점에서 사무실로 급하게 전화가 왔던 적이 있었다.
“네. 마케팅부 000입니다.”
“안녕하세요. 00문고 000점 경제경영 파트장 000인데요. 팀장님. 그 책 500권만 서점으로 직배 해줘요. 지금 당장.”
(뭐지. 배달의 민족이니까. 네. 하고 달려가야 하나. 갑자기 직배를 해달라고 하다니. 조금 있다가 회의하기로 했는데. 퀵으로 보내면 돈이 얼마일까? 쫌 미리미리 주문을 하시지.)
“아 파트장님. 이렇게 주문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500권이라면 혹시 납품 주문이라도 있나요?”
“아니요. 그 책이 잘 나가서 입구에 탑 좀 쌓으려고. 왜 싫어요?”
“파트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잠시만요. 저기 조과장! 지금 물류창고에 전화에서 500부 준비하라고 하세요. 내가 파주로 바로 가지러 간다고 꼭 전해줘요. 파트장님 지금 출발해서 파주 찍고 오면 2시간 후에 가능합니다. 혹시 괜찮을까요?”
“고마워요. 그럼 이따 매장에서 뵈요. 차 한 잔 준비하고 있을게요.”
대형서점 파트장님은 이번에 매출 증대 방안으로 판매가 좋은 도서를 선정해서 회전문 앞에 탑처럼 책을 쌓으려고 한 것이다. 조금 즉흥적이기는 했지만, 이것을 서점 광고비용으로 유추해 보면 1개월에 천만 원 정도 되는 큰 금액이다. 회사에는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하고, 파주에서 도서를 직접 수령해서 서점으로 갔다. 차 안에 꽉 찬 책이 짐처럼 느껴지지 않고, 마치 산타가 선물을 싣고 가는 기분이었다. 서점에 도착해서 파트장과 오순도순 소꿉놀이를 하듯 책을 쌓아 나갔다. 나의 마케팅 역사상 손에 꼽힐 정도로 보람되고 행복한 날이었다. 내가 만약 그때, 이따가 회의가 있어서 지금은 어렵다고 말했다면 이 좋은 기회는 아마 다른 출판사에게로 돌아갔을 것이다.
예전에 대형서점 강남점에 갔을 때 일이다. 중요한 신간을 출간한지 1주일이나 지났기에 당연히 매대에 진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중요한 책이 매대에 단 1권도 없었다. 화가 난 상태로 담당 대리에게 성큼 성큼 걸어갔다. 지난번에도 신간이 늦게 진열되어 애를 먹이더니, 또 다시 이러다니, 이번에는 꼭 한마디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리님. 이번에 출간된 저희 신간 <마법사 되기 연습>이 매대에 단 한 권도 없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근데, 갑자기 담당대리가 부처처럼 환한 미소로 내게 다가왔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그거 어제 늦게 진열 했는데. 진열하자마자 다 판매 되어서, 어제 바로 매절 주문 넣었습니다.”
“네!? 정말요?! 감사합니다. 역시 빠르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전화로 다른 대형서점들에 판매 사항을 모두 점검했다. 거의 모든 서점에서 절반 이상이거나 모두 팔려 재 주문을 한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생각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회사에 이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이사님. 중요하게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래 김과장. 무슨 일이야? 어서 말해봐.”
“제가 강남지역 서점에 와 있는데, 아무래도 <마법사 되기 연습>에 판매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타 서점에도 확인해 보니, 거의 모든 서점에서 재 주문이 들어간 상태입니다. 제 판단으로는 최소한 5만부 이상은 판매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소입니다.”
“아주 좋아. 그럼 이제 어쩌지?”
“조금 전에 제작팀장하고 통화를 해서 최대한 빨리 책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아무리 빨라도 5일은 걸린다고 하네요. 책은 아마 내일 품절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그럼 그건 내가 대표님하고 얘기해서 처리 할게. 그리고 또?”
“이 책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담당 편집자에게 에이전시와 통화해서 이 저자의 모든 책을 계약하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케이. 그리고 또?”
“저는 지금 바로 회사로 복귀해서 새로운 마케팅 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이사님과 대표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오케이. 좋아. 그럼 회사에서 보자고. 고생 많았어.”
<마법사 되기 연습>은 내가 이직하기 전까지 40만부 이상 판매 되었었다. 그 이후에 나온 그 저자의 책들도 최소 몇 만부 이상씩은 팔렸다고 들었다. 모든 상황에서 순간적인 판단력은 매우 중요하다. 어려운 상황이거나 황당한 상황. 또는 좋은 상황에서도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모든 것을 이로운 상황으로 전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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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cafe.naver.com/ca-fe/cafes/12093390/articles/87324
작성자: 새로운바람 · 2019-12-02 08:4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