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마케팅]국내저와 절친 되는 법(마케터는 마법사가 아니다 9번째 이야기)
게시판: 자유게시판 | 작성자: tachikoma43 | 작성일: 2026-09-15T11:57:24.398Z
국내 저자와 절친 되는 법
다섯 번째 출판사로 이직을 하고 얼마 뒤에 일이었다. 출판사로 투고된 원고에 대한 내부 회의를 해서 선정이 된 원고가 있었다. 편집장은 바로 저자에게 전화를 해서 미팅을 약속 잡았다. 동물적 감각으로 이 저자가 출판사 여러 곳에 투고한 것으로 생각되어 지체하지 않고 바로 미팅 약속을 잡은 상태였다. 회의가 끝나고 얼마 지나서 상무님 호출이 있어서 상무님실로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상무님. 하실 말씀 있다고 해서 잠시 들어왔습니다.”
“어서 와요. 김팀장. 좀 전에 투고 회의 때 내부 선정된 저자 미팅에 김팀장이 편집장과 함께 가서 꼭 계약하고 오세요. 중요한 일이니까 잘 부탁해요.”
“제가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저자 미팅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라서 그런데 미팅 전에 따로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을까요?”
“아~ 처음이에요? 음~ 김팀장~ 어느 부서에서 일하지?”
“아~~~네. 어떤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출판사 마케팅을 하면서 저자와 직접 접촉한 적은 거의 없었다. 아니 그냥 아예 없었나? 저자와 출판사가 계약을 하는 자리에 마케팅부는 항상 외근 중이기도 했고, 사무실에 있어도 굳이 그들이 인사를 시켜 주지도 않았다. 설마 우리가 부끄러웠나? 혹시 자신들만 친해지고 싶어서?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하지만, 가끔 유명한 사람이 저자로서 출판사에 오게 되면 반갑게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케팅부는 일정도 몰랐고, 알려주는 친절한 사람도 없었으며, 언제 올지 모를 저자를 계속 기다리다간 상사에게 혼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대조차 버리고 살았다. 그런데 단순히 저자와 인사하는 자리도 아니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자리라니.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혼란스러웠다.
회의가 끝나고 아직 버리지 않은 회의 자료에는 그 원고에 대해 간단한 컨셉과 저자의 이름 석자가 있었다. 여기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원고는 ‘빅 데이터’ 관련 서적이었다. 그러면 분야는 경제경영이고, 온라인 서점에서 ‘빅 데이터’ 관련 도서들을 조사해 보니, 눈에 띄는 10종의 도서들 중 몇 권의 도서가 판매가 다소 높고, 나머지는 조금 낮아 보였다. 판매가 좋은 도서들이 말하는 컨셉들과 카피를 정리하였고, 계약 할 도서의 컨셉이 비슷한지 비교해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저자를 검색하여 기타 정보를 수집해 정리해 보았다. 저자의 전작은 판매지수를 보니 3천부가 넘게 판매되어 보이지는 않았다. 현재 저자의 인지도로 초기 판매를 끌어올리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저자 및 시장 조사를 끝내고 마케팅 계획서를 작성하였다. 마케팅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시장에 대한 이해와 베스트셀러 만들기 라고 생각했다. 그 마케팅 계획서에는 그 저자의 이름과 그 책의 제목이 커다랗게 적혀있었다. 누군가 그 마케팅 계획서를 보면 그 책은 이미 베스트셀러였고, 그 저자는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줄 알 것이다.
다행인건,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경제경영 분야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강연 문의나 인터뷰 제안도 더 늘었다고 저자가 나름 좋아했다. 난 홀로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저자를 만나기 전에 항상 몇 페이지 정도 뭔가를 정리하고 출력해서 만난다. 이런 나의 행동의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한 예의이고 내 부족함의 실천일 뿐이다.
그 이후 한 달쯤 지나서 다시 상무님의 호출이 있었다.
“김팀장, 지지난달에 출간했던 에세이 있지? 그 저자가 전화 왔는데, 회사에서 도대체 뭘 하는 거냐고, 자기 책에 신경 안 쓰지 않을 거냐고. 막 소리를 지르면서 항의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걱정하시지 마시라고 하면서, 우리 마케팅부 김팀장이 전화 드린다고 말했어요. 연락처 여기 있어요. 어서 통화해 봐요. 화 많이 났더라고.“
“...... 네”
‘뭐지?’ ‘날 한방 먹이는 건가?’ ‘아님 날 그토록 신뢰하는 건가?’ ‘드디어 내가 오른팔 이란 걸 대놓고 말해주는 건가?’ ‘아니면....... 나가라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사자는 자식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절벽으로 밀어낸다더니.’ ‘이런! 너무 멀리 왔다.’
저자가 출판사에 대해서 어려워하는 것도 맞지만, 반면에 출판사를 의심하고 믿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들끼리도 자리만 생기면 할 얘기는 ‘뻔할 뻔짜 ‘인거다. 자신들이 아는 출판사들의 각종 나쁜 점과 문제점을 자랑하듯 말하다 보면, 결국 대한민국에 믿을만한 출판사는 하나도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될 것이다.
생각 끝에 마케팅부 번개 회의를 하기로 했다.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었다. 팀원들의 명석한 두뇌가 필요했다.
“다들 고단한 업무에 많이 바쁘실 텐데. 사태가 사태라서 잠시 회의를 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현 사태는 이러한데, 다급한 심정으로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팀장님.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우선 빨리 전화를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늦으면 늦을수록 더 화를 내실수도 있으니”
“팀장님. 저희 마케팅부 카톡방에 팀장님 보고용으로 올린 신간 도서 매대 진열한 사진들 있지 않습니까? 그걸 정리해서 먼저 보내드리고 전화를 드리면 좀 낫지 않을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팀장님이 오늘 아침 말씀하신 ‘10월 신간 매출 방안’ 중 유료 매대 추가 진열 건을 함께 말씀 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아 그리고. 팀장님. 이번에 00기업에서 부수는 많지 않지만, 50부 저도 구매하는 건 있잖아요. 그 기업에 전화를 연결해서 강연 협의를 제안해 볼까요?”
“팀장님 그리고 이번주 금요일부터 온라인 서점 노출 건도 있습니다.”
상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마케팅팀 긴급회의를 하고, 30분 만에 저자와 통화를 했다. 오프라인 매대 진열 사진과 기타 자료 사진을 먼저 보내고, 현재 노출되어 있는 상태와 판매 현황을 꼼꼼히 전달하고, 00기업 강연 제의를 하고, 향후 마케팅 계획까지 술술 얘기했다. 저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풀고 나서 잘 부탁한다며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이후에도 저자 관리 차원에서 그 도서에 관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진이나 문자로 내용을 전달해 주었더니, 그 저자와 더 관계가 좋아졌다. 그리고 더 좋은 평판이 생겼으며, 그 저자분이 다른 저자까지 소개해 주어 회사에 큰 이익이 생겼다. 그 이후부터는 모든 저자에게 마케팅이 진행되는 일부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한다. 소통의 결과는 예상치 못하게 너무 만족스러웠다. 상무님은 그 일이 있은 후 우연히 마주친 길에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팀장, 앞으로 출간 후 저자관리는 마케팅부에서 하도록 하세요.”
일도 많은 데 저자관리까지 하라니 정말 고마우신 분이시다. 하지만 홀로 출판을 하면서 저자관리를 하는데 이번 일이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었다.
다음 이야기~
위기의 출판사를 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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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cafe.naver.com/ca-fe/cafes/12093390/articles/86265
작성자: 새로운바람 · 2019-10-12 11: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