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마케팅]역지사지(마케터는 마법사가 아니다 2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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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판: 자유게시판
> 작성자: tachikoma43
> 작성일: 2026-09-15T11:57:26.47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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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易 : 바꿀 역

地 : 땅 지

思 : 생각할 사

之 : 갈지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신간 마케팅의 출발점은 온라인 서점 노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노출 위치에 따라 어떤 책은 쉽사리 베스트셀러로 직행 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마케터들이 오늘도 온라인 서점에 문이 닳도록 방문하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 서점 MD들은 출판사 마케터로부터 하루에도 수십 권의 책들을 소개 받는다. 인사도 수십 번일 것이고, 반갑게 웃어주는 것도 수십 번일 것이고, 딱히 보고 싶지 않은 책을 펼치는 일도 수십 번일 것이며, 잘 부탁한다는 말도 수십 번씩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왜 표정이 그리 안 좋으냐고 대놓고 물어지는 말자.

출판사들이 가서 한참을 기다리다 만나는 소중한 시간은 고작 5분에서 10분 남짓이지만, 그들에겐 2시부터 4시까지 힘들어도 도망갈 수 없는 슬픈 시간일 수 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5분이면 충분히 책을 설명할 수 있다. 더 길게 해봐야 더 피곤해 할뿐, 기억에 남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좋은 신간 소개를 하는 첫 번째 방법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5분 안에 모두 말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면 된다. MD가 피곤에 지친 얼굴로 일어서고 싶어 안달이게 만들지 말고, 내가 먼저 박차고 일어나 쿨하게 떠나는 모습도 그리 나쁘지 않다.

미팅 전에 신간 소개를 위한 한 장의 나만의 브리핑 자료를 만들어 본다. 브리핑 자료에 들어갈 내용은 저자의 스페셜한 스펙이나 수상 경력, 이 책만의 산뜻하거나 강력한 컨셉, 이 책이 독자들에게 줄 영향력 또는 영혼성, 꼭 소개하고 싶은 페이지 2P, 임펙트 있는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마케팅 계획들이다. 언젠가 마케팅 후배가 나에게 힘없이 물어본 적이 있었다.

“ 팀장님, 이 책은 아무래도 특별한 것이 없어서 미팅을 해도 노출하기는 어렵겠는데요.”

“ 아주 훌륭한 생각을 했구나. 그럼 어떻게 할까? 미팅에 가서 슬~쩍 수줍게 그냥 드리고 올까? 또, 멀어지면서 이 말도 보태야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책은 노출 안하셔도 괜찮아요.“

“ 아니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닙니다. 좀 답답해서여. ㅠㅠ”

“ 후배님이 이 책을 포기하는 그 순간부터 이 책의 생은 이미 끝난 거야. 후배님 맘속에서 이미 버려졌는데. 그 누가 이 책을 거들떠나 보겠어. 이제 갓 태어난 이 책이 불쌍하지 않아? 많이 부족한 만큼 조금 더 찾아보고, 우리 다같이 힘을 모아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보자. 최소한 우리는 버리지 말자.”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검열을 자행한다. 그리고는 그 정당성을 찾으려고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있다.

준비된 자료와 더불어 가장 먼저 할 일은 상대가 예상할 수 있는 이 책의 단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미팅에서 가장 먼저 털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는 내가 하는 말은 듣지 않고, 미팅 내내 그 단점을 말할 타이밍을 찾고 있게 될지도 모른다. 먼저 말한 단점은 더 이상 큰 문제로 주목받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해야 할 이유를 찾는데 그들은 동의할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준비된 자료를 보면서 말해도 된다. 자료를 준비한 성실한 태도를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 장으로 된 깔끔하면서도 임펙트 있는 자료는 상대를 안도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간에 꼭 소개하고 싶은 페이지를 말 할 때에는 반드시 숫자로 페이지를 말하면 좋을 것이다. 상대가 자동적으로 성경책을 펼치듯 그 페이지를 펼치고 있는 모습을 훈훈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팅 중에는 중간 중간 말을 멈추고 상대를 살펴야 한다. 혹시라도 상대가 이미 이 미팅의 흥미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면, 과감히 하던 얘기를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흥미로운 주제로 대화를 바꾸고 나서 마지막 기회를 봐야 한다.

어떤 책이든 모두는 아닐지언정 그 어느 누구에게는 삶에서 가장 소중한 책이 될 수 있다. 책의 스펙이 넘친다면 문제없지만, 내세울만한 스펙이 없다면, MD의 인간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고, 영혼까지 흔들어놔야 한다. 그것은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일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내 소설 시장이 너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아직도 독자들만의 문제로 남겨둔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희 대표님도 국내 소설작가들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시려고 활발한 모임도 하고 계시지만, 쉽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출판사는 팔리지도 않는 책을 위해서 이렇게 내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 소설 작가들이 베스트셀러를 장악하는 그 날까지,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바쁘신데 잘 팔리지도 않는 저희 책 소개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계속

<기적이 필요한 시간 - 당신의 의지가 회사와 저자를 대표한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젖는 거다 - 판매량 곡선에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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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cafe.naver.com/ca-fe/cafes/12093390/articles/84746
작성자: 새로운바람 · 2019-08-16 10: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