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 정도 전이지만 왼쪽 눈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노안과 왼쪽 눈 백내장이 진행되면서 독서란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참고 읽는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었다. 백내장으로 인한 난시는 안경으로 교정할 수 없다. 작은 글씨를 읽는 게 점점 버거워졌지만, 나이 탓이려니 하며 애써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수술 후 왼쪽 눈의 시야가 확연히 달라졌다. 문자의 대비가 또렷해지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 자체가 빨라졌다. '또렷하게 보인다'는 상태가 상상 이상으로 독서의 질과 직결된다는 것을 느꼈다.
결과적으로 요즘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탐독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도서관 책은 공짜다. 나처럼 연금으로 생활하는 한가한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오락이다. 여기서는 최근 읽은 책 중에서 3권을 골라 가볍게 감상을 남겨두고자 한다.
최근에 읽은 책
『삼체』 시리즈(류츠신)는 이제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는 화제작이다. 단행본으로 전 5권의 장편 시리즈인데, 실제로 읽어보면 초반부터 단숨에 빠져든다. 인류와 전혀 이질적인 문명과의 접촉이라는 테마 자체는 진부한 소재일 텐데, 스케일을 다루는 방식과 과학 설정의 치밀함으로 전혀 새로운 맛을 내고 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黒暗森林』에서 제시되는 '暗黒森林理論'이다. 우주라는 무대에서 문명끼리 왜 침묵하며, 발각되면 즉시 서로를 섬멸하려 하는지에 대한 논리를 힘으로 밀어붙이듯 구축해 낸다. 이 이론을 한 번 이해하고 나면, 우주 탐사 같은 걸 정말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사신영생』 종반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두께 없는 카드'가 태양계를 붕괴로 이끌어 가는 묘사. 그 스케일감은 엄청난데, 그것을 실행하는 외계인들이 마치 '자투리 시간에 하는 소일거리'처럼 해치운다는 점이 더욱 무섭다.
수광년이나 되는 거리를 워프 항법으로 단숨에 날아간다는 식의 안이한 설정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냉동수면(인공동면)으로 수백 년의 세월을 건너뛰나 싶더니 특수 상대성이론의 효과로 수억 년이나 먼 미래에 도달하는 이야기도 있어 그 기상천외한 스토리에 압도된다.
넷플릭스에서 하길래 봤다. 나노와이어로 배째 잘리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아파서 트라우마로 남았다.
『방과 후』(히가시노 게이고) 원문에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이라고 소개된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다. 학교를 무대로 한 밀실 미스터리라는 지금 읽으면 다소 고전적인 설정이지만 곳곳에 복선이 깔려 있어 범인을 추리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결말은 의외이지만 어렴풋이 수상하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마무리를 짓는 형태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읽고 난 뒤 밀려오는 '아, 그런 것이었구나' 하는 감각은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였다.
후년의 중후한 작품군(『白夜行』 등)과 비교하면 좋든 나쁘든 가볍게 읽히는 편이지만, 東野圭吾라는 작가의 출발점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읽어 두어도 손해는 없는 한 권이었다.
여고 교사는 할 짓이 못 된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새벽의 거리에서』(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인기가 많아 도서관에는 대출 가능한 책이 불과 몇 권뿐이었다. 마침 남아 있던 것이 이 책이었다. 이 작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룬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다. 미스터리로서의 수수께끼 풀이보다는 인간관계의 미묘함이나 죄책감에 대한 묘사에 비중을 두고 있어, 『방과 후』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조금 東野圭吾답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추리보다 인간 드라마에 중점을 두고 그려낸 서술 방식에서 東野圭吾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한 권이었다.
나는 불륜 따위 전혀 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윤리관이 어떻고 하기 이전에, 아내에게 들킬까 봐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떠안는 건 질색이다. 여자의 직감은 날카로워 반드시 들키게 마련이다. 이 책의 결말처럼.
보이는 것과 계속 읽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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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효용은 치매 예방이라는 관점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지만, 그 전제로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실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참고: 백내장 수술에 대하여
이 기회에 백내장 수술에 대해서도 언급해 두겠다.
백내장은 눈 안에서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병이다. 잘 보이지 않거나 빛이 눈부시게 느껴지는 증상으로 자각되는 경우가 많다. 수술에서는 이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대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한다. 불과 2mm 정도의 절개를 두 곳에 낸 뒤, 그곳으로 극세 초음파 발진기를 넣어 수정체를 용해시킨다. 녹은 수정체를 흡인한 뒤, 가는 튜브 속에 돌돌 말려 있는 인공 수정체를 각막 아래로 밀어 넣어 펼친다. 마치 마술처럼 현란한 장인의 기술이다.
마취는 점안마취만으로 진행되며, 실질적인 수술 시간은 3~4분 정도로 통증은 전혀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간단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비디오 모니터에 띄워 동행한 가족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아내의 감상: "재밌었다"
인공수정체의 수명은 30년 혹은 40년이라고도 한다. 뭐, 죽을 때까지는 괜찮을 것이다. 물론 제거할 필요도 없다.
주의해야 할 점은 렌즈 도수를 어디에 맞추느냐이다. 나는 독서나 PC 작업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40cm 정도 거리에서 선명하게 보이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수술 후에도 먼 곳은 흐릿하게 보여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다. 다만 안경을 쓰면 해결될 일이므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멀리도 가까이도 선명하게 보고 싶다"는 사람을 위한 다초점 렌즈도 있지만, 이는 사람에 따라 맞고 안 맞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 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십만 엔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 단점이다. 내 경우에는 단초점 렌즈로 보험 적용을 받아 한쪽 눈에 4만 3,000엔이었다.
수술 후 염증이나 감염, 후발 백내장 등의 합병증 위험이 제로인 것은 아니며, 수술 후 1개월 정도는 항염증제나 항균제 등의 안약을 매일 점안해야 한다. 안내렌즈의 도수에 따라서는 수술 전에 사용하던 안경이나 콘택트렌즈가 맞지 않게 된다. 다만 내 경우에는 특별히 큰 문제도 없이, 서두에 쓴 대로 "보이는 방식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실감이 남았다.
같은 세대 중에 '잘 안 보이는 건 나이 탓'이라며 참아 온 분이 계시다면, 한 번 안과에서 상담을 받아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22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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