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읽기 시작했을 때는 평소처럼 사건의 수수께끼가 궁금했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읽어 나갔다.
다만, 다 읽고 나서 한참이 지나자 내 안에 남은 것은 사건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모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는 과학과 물리학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우리가 평소라면 '우연'이라고 생각해 버릴 만한 일에도 실제로는 다양한 조건들이 겹쳐 있다. 그리고 그 조건들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까지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무서워진다.
예를 들어, 눈앞에 물건을 떨어뜨렸다고 가정해 보자.
보통이라면 '떨어뜨렸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물체의 위치나 속도, 중력, 공기 저항 등 모든 조건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그 물체가 어디에 떨어질지 계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행동은 어떨까.
누군가 갑자기 화를 냈을 때, 그 사람이 화를 낸 원인을 모두 알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
그날의 몸 상태. 과거의 경험. 직전에 본 것. 누군가에게서 들은 말.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감정.
그러한 것들을 모두 알 수 있다면, 인간의 행동도 물리 현상과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스스로 결정했다'는 감각조차 조금 묘하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까지 내 의지로 여러 가지를 결정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의지에도 반드시 무언가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왜 오늘은 이 책을 읽으려고 했을까. 왜 이 글을 쓰려고 했을까. 왜 어떤 말에는 화가 나고, 다른 말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을까.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각각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행동은 모두 예측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바로 그 점이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원인이 있다는 것과 우리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방대한 수의 조건이 존재하며, 그 모든 것을 우리가 파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사건을 그저 '우연'이라고 부르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연이라는 말의 의미도 조금 달라진다.
사실 우연이 아니다. 다만 나에게는 그 원인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세상에는 그런 일이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과학이 발전하면 지금까지 몰랐던 것들을 조금씩 알 수 있게 된다. 옛날에는 신비로웠던 현상도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과학이 더욱 발전해 나간다면, 지금 '우연'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들 중에서도 사실은 명확한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된 세상을 상상하면, 왠지 조금 쓸쓸한 기분도 든다.
처음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고, 무엇을 해도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모르기 때문에야말로 생각하게 된다.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야말로 고민하게 된다.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야말로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은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과학이란 단순히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과학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안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말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의문이 생겨난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우리가 알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사건의 수수께끼를 쫓는 재미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13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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