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무렵, 『게임의 달인』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한 페이지도 펼쳐 보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오리하라 미토 씨나 하나이 아이코 씨 같은 10대 대상 소설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해외 문학으로는 『빨간 머리 앤』이나 『작은 아씨들』도 정말 좋아했지만, 해외 대작은 아직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다시 『게임의 달인』의 첫 페이지를 펼친 것은 18세 무렵이었습니다. 전철 통학이 시작되면서 편도 40분 정도 전철을 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읽기 시작한 순간,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책이 있다니." 40분의 통학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목적지 역에 도착해도 책을 덮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손에는 펼쳐 든 책, 다른 한 손에는 정기권. 개찰구를 빠져나와 그대로 책을 읽으며 학교까지 걸어갔습니다. 버스를 타면 더 빨리 도착한다. 하지만 차 안은 혼잡해서 책을 읽을 수 없다. 그렇다면 걷는 편이 낫다. 지금이라면 "위험해"라고 들을 법도 하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그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이른바 '걸어가며 읽기'. 이야기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한 걸음 한 걸음 학교를 향해 갔습니다. 그런 시간도 지금 돌이켜보면 소중한 추억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 "끝나버렸네……." 그렇게 생각한 저는 바로 하권을 펼쳤습니다. 상·하권을 다 읽고 난 뒤에는 놀랍게도 처음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또다시 푹 빠져 읽게 됩니다. 그만큼 『게임의 달인』은 저에게 특별한 한 권이었습니다.
이 만남을 계기로 저는 시드니 셸던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뭘 읽을까."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 그렇게 책을 찾는 시간 자체도 즐거움 중 하나가 되어 갔습니다.
지금도 "인생에서 가장 몰입해서 읽은 책은?"이라는 질문을 받으면 망설임 없이 『게임의 달인』이라고 답합니다. 그때는 그저 "재밌다!"는 마음 하나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50대가 된 지금,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생에는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그 한 권과의 만남이 나를 바꿨다"고 느낄 수 있는 책이 있다. 저에게 그 한 권이 바로 『게임의 달인』이었습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면 지금도 그날의 저를 떠올립니다. 전철 안에서 열중해서 페이지를 넘기던 18세의 나. 그리고 개찰구를 나와서도 책을 덮지 못하던 나. 책장에는 책뿐만 아니라 그 책을 읽던 시절의 '나'까지 함께 놓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kirinoha | note를 즐기는 토대 만드는 법 님의 매거진 '감사의 선반'에 추가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3줄 일기 | 오늘의 이야기 2026/08/20—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1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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