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일이었다. 사회인이 된 지 1년 차였던 젊은 시절의 나, 처음으로 합콘이라는 것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워라밸이라는 개념조차 없었고, 신입 앞에서 대놓고 "올해 신입들은 수준이 낮아"라고 말하는 선배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매일 녹초가 되어 있었기에, 초대를 받았을 때도 영 내키지 않았다.
나를 초대한 건 신입 연수 때 우연히 조금 친해진 다른 과 애였다. 아마 인원수 맞추기겠거니 싶으면서도, 뭐 이게 사회인의 사교라는 거니까 이야깃거리도 될 겸 해서 참가하기로 했다. 잘 생각해 보니 이 애는 신입 연수나 받던 시기에 벌써 합콘 계획까지 세워 놨다니 대단하구나 싶었다.
당일 어느 이자카야에 모였다. 상대 측 스펙 등 세부적인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남자 쪽이 4명 정도, 우리 쪽도 4명이었다. 합콘의 기초조차 전혀 몰랐던 나는 마지막에는 반드시 각자 짝을 이뤄야 합콘이 성사된다고 착각했는데, 딱히 설레는 사람이 없어 혼자 어쩌지 어쩌지 하며 안절부절못했다.
합콘의 하이라이트인지는 차치하고, 자기소개 타임이 시작됐다. 각자 이름과 취미 등을 간단히 어필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마치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듯한 기분으로 긴장이 고조됐다. 원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서툴고 자기어필에도 서툴기 때문이다.
내 바로 앞에서 이번 합콘에 나를 초대해 준 애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입니다! 취미는 '딸기 따기 체험'이에요!" 하아? 딸기 따기 체험이 취미냐? 지난주 일요일에 다녀온 곳을 착각한 거 아니냐?
멍해진 나. 남자들 얼굴을 슬쩍 보니, 모두 살짝 미소 짓고 있지 않은가! 여자&딸기 조합은 역시 강력하구나, 그리고 남자들은 정말 단순하구나. 큰일이다, 인간 관찰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딸기 따기로 입은 충격이 큰 데다 취미도 없는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채 그대로 내 차례가 와 버렸다.
"저는 ○○입니다. 어, 취미는 드라이브예요."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 태클을 걸기 전에 스스로에게 태클을 걸었다. 드라이브라니 뭐야! 조수석에 얌전히 앉아 바람을 느끼는 따위 광경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하물며 바로 앞이 '딸기 따기'였으니까. 분명 《이니셜 D》처럼 산길을 샤코탄 차로 폭주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굳어버렸다. 미팅에서는 꽝인 취미다. 태연한 척하느라 안간힘을 쓰느라 남자들 얼굴을 볼 여유조차 없었다.
실제 나의 드라이브란 "경차로 드러그스토어에 가서 두루마리 휴지를 사서 쟁여두는 것"이었다.
『딸기 따기』의 그 아이가 누구와 이어졌는지는 이제 알 길이 없지만, 평소 일 때문에 녹초가 되어 있던 나는 첫 미팅에서 기력과 체력마저 빼앗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것도 인생 공부다.
참고로, 분위기가 좀 달랐던 그 아이와는 지금 전혀 교류가 없다.
이 글은 '#에세이 끝말잇기'라는 기획의 바통을 이어받은 글입니다.
pea家さん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멋지게 소개해 주셔서 너무 기뻐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ea家さんの 찐팬으로서는 강아지 관련 글도 물론 좋아하지만, 인간 관찰이 취미인 저는 이 글도 정말 좋아해서 추천합니다.
자, '#에세이 끝말잇기'는 제목을 끝말잇기로 이어가는 기획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로 시작하는 제목으로 이어 보았습니다. 제 차례는 이것으로 마치고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럼 이만.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11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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