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3일은 24절기 중 하나인 '처서(쇼쇼)'다. 혹독한 더위가 가라앉기 시작하는 시기를 말한다. 낮에는 아직 여름이 머물러 있지만, 이곳 홋카이도에서는 아침저녁 바람에 때때로 다른 기운이 섞이기 시작했다.
창문을 열었을 때. 밖으로 나왔을 때. 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뜻밖의 서늘함을 느끼는 아침이 있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그럴 때 문득 오래된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
맑고 깨끗하다. 산뜻하게 맑다.
맑고 청명하며 밝은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가을 공기에는 확실히 그런 울림이 잘 어울린다. 습기를 머금은 여름 공기에서 조금씩 불필요한 것들이 빠져나간다.
하늘은 높아지고 아침 빛은 윤곽을 되찾아 간다. 밭에서는 수확의 시기가 다가온다. 루드베키아와 에키나세아 같은 꽃들은 아직도 생기 있게 바람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올려다본 마가목에는 벌써 빛깔이 들기 시작한 열매가 맺혀 있었다.
계절은 하나의 풍경 속에도 겹쳐 있다.
최근에는 늦더위가 길게 이어진다. 홋카이도에서도 처서를 맞았다고 해서 달력대로 시원해진다고는 할 수 없다. 여름이 길어진 만큼 가을은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올해 처서에도 남쪽 바다에서는 여러 태풍이 움직이고, 다음 태풍이 될 것 같은 구름 소용돌이도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는 태풍이 지나간 뒤 공기가 달라지며 "여름도 끝났구나" 하고 느끼던 날이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뚜렷한 경계마저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일까.
그렇다고 계절의 변화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침 바람이 조금 선선해진 것, 해 질 녘이 조금 빨라진 것, 한 그루 나무에서 붉고 노란 잎을 발견한 것. 큰 변화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그런 작은 조짐들을 놓쳐 버리고 만다.
"맑고 청량하다"고 절로 말하게 되는 아침이 앞으로 조금씩 늘어갈 것이다. 아직 여름의 더위는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가을의 맑고 투명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하고 있다.
지나가는 여름과 다가오는 가을 사이. 처서는 그런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는 절기인지도 모른다.
젊은이의 모든 것 / 후지패브릭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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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7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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