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서 용담을 발견했다.
짙은 청보라색을 띠고 있었고,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거리에서 그 꽃만이 마치 한 발 앞서 계절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 옆에는 풍선덩굴이 있었다. 가느다란 덩굴에 작은 풍선 같은 열매가 여러 개 매달려 있었다. 이쪽은 아직 여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 개를 나란히 놓아 보니 신기하게도 참 잘 어울린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여름 곁에 가을이 살며시 얼굴을 내미는 것이리라.
두 개를 사서 집으로 가져왔다.
화병에 꽂아 두고 차가운 보리차를 마시며 한숨 돌린다.
밖에서는 아직 매미가 울고 있다.
낮의 햇살도 아직 한여름 그 자체다.
그래도 저녁이 되면 바람이 조금 다르다.
어느새 해가 일찍 저물게 되었다.
오늘은 처서입니다.
달력상으로는 더위가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할 무렵.
하지만 계절이라는 것은 달력을 넘겼다고 해서 갑자기 바뀌는 것이 아니다.
더위 속에 아주 조금씩 다음 계절이 스며든다.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의 공기라든가, 해 질 녘 하늘이라든가, 꽃집 앞이라든가.
계절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은 곳에서부터 바뀌어 간다.
꽃집에 늘어선 꽃들을 보면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여름 꽃 옆에 가을 꽃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용담꽃을 바라보며 디킨슨의 용담 시를 읽었다.
하나님은 작은 용담꽃을 창조하셨다. 용담은 장미꽃이 되고 싶어 했으나 끝내 되지 못하자 여름 것들이 비웃었다. 그러나 눈이 오기 전에 용담의 보라색 꽃은 우뚝 일어서 온 언덕을 황홀하게 물들였다. 여름 것들은 얼굴을 숨겼고 비웃음은 잠잠해졌다. 용담꽃이 피는 데에는 서리가, 보라색이 짙어지는 데에는 북풍의 작용이 필요했던 것이구나. 아, 하나님, 저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서리와 북풍을 겪으며 용담의 보랏빛은 더욱 깊어진다.
꽃이 아름답게 피기 위해서는 추운 계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눈앞의 청보라색이 평소보다 더 깊게 느껴졌다.
지금은 아직 서리도 북풍도 멀다.
밖에서는 매미가 울고, 차가운 보리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도 가을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어스름이 내릴 무렵 뜰에서는 하얀 박꽃이 피어 있었다.
밤의 기운 속에 하얗게 떠 있는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름은 아직 여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니 여름 뭉게구름과는 조금 다른 구름이 떠 있었다.
해질녘 빛깔도 아주 조금씩 변해 왔다.
어느새 해가 일찍 지게 되었다.
계절은 꽃뿐만 아니라 하늘과 바람 속에도 조용히 드러난다.
나는 그런 변화를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 더운 날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름의 끝에는 여름의 끝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저녁 바람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본다.
꽃집에서 계절의 꽃을 고르고 돌아오는 길에 가을 과일을 발견한다.
그러는 사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가을이 다가온다.
가게 앞에는 포도가 진열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한 송이 사서 돌아갈까.
아직도 더위가 가시지 않은 처서 날에 작은 가을 하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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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16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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