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xisNexis(렉시스넥시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APAC)의 법률·법무 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APAC AI 의식조사 2026'의 일본 시장 관련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맞춰 2026년 9월 2일 '일본의 법무×AI'의 현주소와 과제를 설명하는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되었으며, 렉시스넥시스 재팬 주식회사 콘텐츠 솔루션 책임자인 우루시자키 타카유키 씨가 연사로 나섰다.
렉시스넥시스 재팬 주식회사 콘텐츠 솔루션 책임자 우루시자키 타카유키 씨
일본의 AI 이용률은 88.6%. 범용 AI 이용자 중 66.1%가 매일 AI를 이용하고 있어, 이 일상 이용률은 조사 대상 시장 중 가장 높았다. 반면, 리걸 특화형 AI의 이용률은 39.3%로, APAC 평균인 46.2%를 하회했다.
이번 조사에서 상징적인 것이 '50.2%'와 '63.0%'라는 두 개의 숫자다. 전자는 '툴 간의 연계 부족'을 과제로 꼽은 비율로, APAC 10개 시장 중 가장 높다. 후자는 클라이언트가 법률사무소에 '전문성'을 기대하는 비율로, 이 역시 APAC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기술만으로는 완결되지 않는다. 일본의 법무 현장에서 드러난 것은 바로 이러한 'AI 도입 이후'의 과제였다.
범용 AI에서는 '사무적인 문서 작성'이 66.7%로 가장 많았고, '문서 요약' 62.2%, '번역' 58.9%, '문서 분석' 53.9%가 뒤를 이었다. 반면, 리걸 특화형 AI에서는 '리걸 리서치'가 56.6%로 1위, '문서 리뷰'가 54.2%, '문서 분석'과 '법률 문서 초안 작성'이 각각 38.6%였다. 즉, 범용 AI가 광범위한 문서 업무에 사용되는 반면, 리걸 특화형 AI는 보다 법적 판단에 가까운 영역에서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AI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조사에서는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의 시간 절감'에 88.1%, '업무 운영의 효율화'에 86.3%가 동의했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 향상'도 74.4%에 달했다. 반면, '경쟁 우위 확보'는 59.2%였다. 현시점에서는 AI를 통해 새로운 가치나 경쟁력을 창출하는 것보다, 우선 기존 업무를 효율화하는 것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AI의 효과 측정도 시작되고 있다. 일본 응답자의 59.2%가 AI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어, APAC 전체의 54%를 상회했다. 다만, 평가 방법은 아직 '시간'에 치우쳐 있다. AI의 가치를 측정하고 있는 조직의 66.4%가 '시간 절감'을 지표로 삼고 있으며, '비용 절감'은 36.8%, '임직원의 피드백'은 27.2%, '결과물의 정확성'은 24.8%였다. AI를 도입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 '가치'를 무엇으로 측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발전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툴 간의 연계 부족'이 APAC에서 가장 심각
AI 이용이 진전되는 한편, 일본에서 큰 과제로 떠오른 것이 업무 툴의 '분단'이다. '툴 간의 연계 부족'을 과제로 꼽은 일본 응답자는 50.2%. APAC 평균인 37.3%를 12.9%포인트 상회하며, 조사 대상 10개 시장 중 가장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기업이 다른 시장보다 더 많은 툴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형적인 법무 업무에서 1~2개의 툴을 이용하는 비율은 일본이 62.9%, APAC 전체가 62.1%로 거의 차이가 없다. 즉 문제는 '툴이 너무 많다'는 것뿐만 아니라, 각각이 충분히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구체적인 과제를 보면 '정보의 재입력·중복 작업'이 44.5%, '관리해야 할 툴이 너무 많음', '명확하고 효율적인 워크플로의 부재'가 모두 29.9%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해당 회사는 "AI가 단절을 낳은 것이 아닙니다. 원래 단절되어 있던 업무 프로세스 위에 AI가 올라간 것입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이러한 단절이 법무 업무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되었다.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툴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AI 활용이 진전될수록 그 전제가 되는 데이터나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최대 우려는 할루시네이션, 그럼에도 "범용 AI로 충분하다"
법률 업무에서 AI를 이용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 '정확성'이다. AI 이용에 대한 우려로 가장 많았던 것은 '정확성·할루시네이션 리스크'로 59.2%. 이어 '비밀 유지·데이터 보안' 46.0%, '결과물 확인으로 인한 시간 낭비' 43.6%였다. 한편, 비밀 유지·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는 APAC 평균인 57.5%를 밑돌고 있다. 다만 LexisNexis는 이를 일본의 법률·법무 관계자가 보안을 경시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더 강하게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어 데이터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리걸 특화형 AI를 도입하지 않은 응답자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예산 제약' 44.2%에 이어 '범용 AI로 이미 니즈를 충족함'이 33.7%로 2위를 차지했다. APAC 전체에서는 25.3%였다. ChatGPT 등의 범용 AI가 먼저 기업에 보급되어 문서 작성이나 요약 등에서는 이미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로 비용을 들여 특화형 AI를 도입할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기업은 그러한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AI 이용이 더욱 진전되면 기업 법무 업무 자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이 점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우루시자키 씨에 따르면, 과거 변호사나 기업 법무의 가치 중 하나는 계약서를 검토하고 문제점을 빠르게, 정확하게 찾아내는 데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의 일부는 데이터나 AI에 의해 객관화·자동화되어 가고 있다. 그 결과 법무 담당자 측도 자신의 역할을 업데이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업 법무가 AI에 의해 변화하는 가운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루시자키 씨는 "정형화되는 부분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해 나갈 것인가, 표준화해 나갈 것인가"라고 답했다. 조사 결과 역시 인원 자체의 감축보다는 '역할의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3년 후 기업 법무 부서에 일어날 변화로 48.8%가 '기술 스킬의 중요성 증대', 38.9%가 '리걸 오퍼레이션의 중요성 증대'를 예상했다. 후자는 APAC 평균인 24.5%를 상회하며, 10개 시장 중 가장 높다. 한편 '부서 규모 축소'를 예상한 비율은 16.1%. APAC 평균인 28.9%를 크게 밑돌았다.
'AI에 묻기'에서 'AI를 업무에 통합하기'로
그리고 향후 AI 활용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숫자가 바로 '70.6%'다. 일본 응답자의 70.6%가 AI가 단순한 채팅 프롬프트가 아니라 가이드가 제공되는 워크플로우 형태로 제공될 경우 AI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거나 매우 높다고 응답했다. APAC 전체에서도 69%였다. 이는 생성형 AI 활용의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매번 프롬프트를 고민하여 AI에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를 확인한다", "필요한 자료를 수집한다", "리스크를 도출한다"와 같은 업무 자체를 구조화하고, 그 안에 AI를 결합한다. 미국의 법률사무소에서는 소송이나 분쟁 해결에 필요한 작업을 태스크 단위로 정리하고, 문서 처리 등에 AI를 결합하는 '워크플로우' 구축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일본의 법률사무소에서 이러한 구조화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우루시자키 씨는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AI 이용률 88.6%라는 숫자만 본다면 일본의 법무 분야에 AI는 이미 정착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것은 'AI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흩어져 있는 데이터와 툴을 연결하고, 정형적인 업무를 표준화하며, AI가 담당할 부분과 전문가가 판단할 부분을 조합한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은 생성형 AI 활용의 초점이 'AI를 도입하는 것'에서 'AI를 전제로 업무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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