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니, 그게 아니야.
사실은 똥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다카치입니다.
오늘은 좀 더 이렇게, 인생에 대해 써 보려고 했었다.
사람과의 만남. 이별. 꿈. 희망. 미래.
그런, note 같은 거야.
그런데 똥이 나왔다.
순서대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 note계에서는 '에세이 끝말잇기'라는 기획이 진행되고 있다. 앞 사람의 제목을 이어받아 다음 사람이 에세이를 쓴다. 느슨한 바통 릴레이이다.
애초에 말하자면.
나는 먼저 히로 씨에게 이 바통을 넘겼었다. "자, 다음 차례야"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런데 말이다.
내가 던진 바통이.
똥이 되어 돌아왔다.
끝말잇기여야 했는데, 웬일인지 내게 리버스로 돌아왔다. 게다가 제시어는 '💩'.
,, 똥이다.
내가 던진 바톤이 똥이 되어 돌아온다.
그런 경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즉 나는, 다 큰 어른이 아주 진지하게 똥에 대한 에세이를 써야 한다.
어쩔 수 없다.
각오를 다졌다.
애초에 똥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침에 일어났다. 커피를 마셨다. 빵을 먹었다.
그리고 똥이 나왔다.
이때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 빵은 어디로 갔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맛있었던 빵이. 굳이 버터까지 바른 그 빵이.
한때는 분명히 내 안에 있었다.
그것이 지금 눈앞에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눈앞'은 아니다.
변기 안에 있다.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슬슬,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을 때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도대체 뭘 읽고 있는 거지”라고.
괜찮아요. 저도 쓰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똥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다음으로, 똥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똥은 우리의 사정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
중요한 회의 직전에 찾아온다. 만원 전철에 탄 그 순간에 찾아온다. 집을 나서 문을 잠근 직후에 찾아온다.
“지금은 아니겠지”라는 타이밍을 정확히 노려 온다.
반대로 "지금이라면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 싶을 때에는 오지 않는다.
똥은 자유다.
우리는 '똥을 싸는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르다.
사실은, 똥이 시간을 고르고 있는 것이다.
뭔가, 쓸데없이 거창한 말을 해버렸다.
하지만 똥에도 사정이 있다
그렇다면 똥은 나쁜 녀석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똥은 악의를 품고 나오는 것이 아니니까.
그들에게도 사정이 있다.
먹히고. 씹히고. 위에서 녹여지고. 장을 통과하고. 그래도, 흡수해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똥도 좋아서 똥이 된 것은 아니다.
... 아니야.
“그들”이란 누구야.
똥은 내가 살아온 증거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똥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진다.
어제까지의 나는 똥을 ‘그냥, 필요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똥은.
내가 살았다는 증거였던 것이다.
먹었다. 마셨다. 웃었다. 살았다.
그 결과, 오늘도 똥이 있다.
즉, 똥이 있다는 것은.
오늘도 나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 아니야.
역시 다르구나.
이게 무슨 소리야.
왜 똥 때문에 감동할 뻔했는가
순간 ‘좋은 이야기’가 될 뻔했기에, 여기는 심리학 탓으로 돌려두고 싶다.
똥이란 이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것이다.
아기도. 사장도. 당신의 최애 아이돌도.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한다.
사람은 자신과 닮았다고 느끼는 상대에게 조금 친근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똥은 인류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세계와 연결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 뭉클해진다.
... 오지 않는다.
역시 오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변기 물을 내렸다
나는 일어섰다.
레버에 손을 얹는다.
흘려보내기 전에 단 한 번 보았다.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마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물을 흘려보낸다.
고고고고고.
똥은 사라졌다.
나는 조용해진 변기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똥은 확실히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 내일도 똥을 싼다.
끝.
#무슨 이야기인가요
P.S. 이 글을 쓰고 있었더니 딸아이가 들여다보러 왔다.
“아빠, 뭐 쓰고 있어?”
솔직하게 대답했다.
똥 이야기
그 순간.
딸의 눈이 빛났다.
“어, 똥!? 헐, 망했다!!”
우리 딸은 이 세상에서 똥을 제일 좋아한다.
내가 써온 수백 편의 기사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이, 하필이면 똥이었다.
……뭐, 반응이 좋다면 됐지.
아, 팬티를 깜빡했다.
#에세이 끝말잇기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47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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