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테산도역에서 도보로 수 분 거리에 株式会社 羽車의 도쿄 쇼룸이 있다.
ZINE 제작을 고민했을 때 한 권 한 권 손수 종이를 꿰매 제본하는 방법도 머릿속을 스쳤지만, '손맛이 있다'는 말로 포장할 수 없을 만큼 엉성한 완성도의 책자가 나올 게 뻔해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서 나의 ZINE 제작은 인쇄소를 찾는 일부터 시작됐다.
ZINE뿐 아니라 책자 인쇄를 맡는 업체는 고르기 시작하면 머리가 터질 정도로 많다. 취급하는 종이 종류, 가격, 납기 속도 등 선택 기준은 여러 가지다.
竹尾見本帖本店에서 종이의 홍수라는 세례를 받은 나는, 방문한 사람이 계속 파라락 넘겨보며 자꾸 쓰다듬고 싶어지는 책자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羽車의 웹사이트였다. 일단 뭐가 좋냐면, 깔끔하고 보기 편한 페이지 디자인이다. 그리고 전부 확인하려면 상당한 근성이 필요할 만큼 방대한 제작 사례가 게재되어 있다는 점도 훌륭했다. 좋은 것을 만들고, 그것을 아낌없이 공개한다. 모두의 작품에 자극받아 또 누군가가 좋은 것을 만든다. 회사와 제작자 사이에 멋진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에 맡기면 틀림없이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온라인 상담도 가능했지만, 무엇보다 종이를 직접 만져보고 잉크가 올라간 모습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완전히 종이에 미쳐버린 나는 망설임 없이 대면 상담을 예약했다.
인터폰을 누르고 쇼룸 안으로 안내되어 들어가니, 규모는 아담하지만 곳곳에 눈길을 끄는 종이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홀린 듯 다가가 만져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자세를 가다듬어 스태프와 마주했다. 그리고 대뜸 초보 티를 숨기지 않고 활판인쇄와 박인쇄의 특징을 처음부터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니, 그것도 모르냐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활판 인쇄라고 하면 구텐베르크밖에 떠오르지 않는 사람은 얌전히 들을 수밖에 없다. 활판 인쇄는 먼저 인쇄하고 싶은 것의 판을 만들고, 판의 볼록한 부분에 잉크를 묻혀 종이에 수직으로 눌러 찍는 방식이다. 얇은 종이일 경우, 두꺼운 종이일 경우, 잉크 없이 엠보싱으로 눌렀을 때 어떤 질감이 나는지… 종이 견본과 실제 인쇄물을 차례차례 보여 주면서 羽車의 프로가 막힘없이 설명해 준다. 그 모습에 설렘이 멈추지 않는다.
기초 인쇄 강의를 들은 뒤 납품 희망일과 만들고 싶은 것의 크기, 페이지 수 등을 전달하며 견적을 받아본다. 표지와 본문용 종이의 색이 조화를 이루는지 종이 견본을 겹쳐본다. 스태프 분의 뜻밖의 조언 덕분에 종이 조합의 폭이 넓어진다. 이런 현장감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일부러 매장에 직접 찾아가는 묘미가 있다. 자신이 쓴 글이 한 권의 인쇄물에 가까워져 간다.
마음껏 질문하고 실컷 촬영한 뒤 돌아가려던 참에 재단 후 남은 종이 자투리를 업사이클해 만든 메모지를 받았다. 쇼룸을 방문한 사람에게는 나눠주고 있다는데, 어이, 설마 이렇게까지 잘해줘도 되는 건가 싶어 "어, 정말 받아도 되는 건가요?"라고 큰 소리로 되묻고 말았다. 정말 괜찮다고 한다. 이 은혜는 발주로 갚자. 그렇게 마음먹고 쇼룸을 나섰다.
ZINE을 만들기 위해 종이 찾기부터 시작된 여정이었지만, 어느새 종이가 너무 재미있어져 ZINE은 뒷전이 되어 버렸다. "책자를 만드는 분들은 여러 번(쇼룸에) 오시기도 해요"라고 스태프분이 말한다. '어, 정말 괜찮은 건가'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슬그머니 또 올 생각이다.
출처: note 원문
번역: Gemma 3(.44) 초벌 + 교정 9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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